<시청앞>욕망의 길에 발 딛는 순간 가시덤불과 진흙탕뿐
<시청앞>욕망의 길에 발 딛는 순간 가시덤불과 진흙탕뿐
  • 시정일보
  • 승인 2016.09.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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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 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 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작금에 들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던 인천지법 현직 김모 부장판사가 구속됐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측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대 뇌물을 챙겼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최민호 전 판사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의 소유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사실상 무상으로 인수했다. 그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매매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씨가 차량 매각대금 5000만원을 되돌려줬다. 사실상 공짜로 차를 사들인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와 베트남 여행도 함께 다녀오고, 부의금 명목으로 400만~500만원 등을 받았다고 한다.

사법부는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다. 유무죄에 대한 최종판단을 내려 형량을 결정하는 게 사법부의 주요 임무다. 그래서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에 대해서는 같은 법조 3륜인 검사나 변호사보다 훨씬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며 청렴 의무 및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가 피고인의 돈과 전관 변호사의 로비에 좌우된 것은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정말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법조삼륜이 흔들리면 사회질서가 무너지며 공정사회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 강력한 처벌과 함께 반드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