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대문구의 ‘내성’
기자수첩/ 서대문구의 ‘내성’
  • 문명혜
  • 승인 2016.10.27 13:51
  • 댓글 0

   
▲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수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명분을 안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대가 출범하는 것을 보며 기자는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다.

문석진 구청장을 처음 본 것은 21년 전인 1995년 7월이다. 당시 4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던 공인회계사 출신의 문석진 의원은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경제위원회)에서 4년내내 서울시 시금고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서울시 간부들에게 공공의 적이 될만큼 깐깐하고 치밀한 인물로 각인됐다.
그런 그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5기 서대문구청장이 됐을 때 기자는 호기심을 갖고 그의 행보를 지켜봤다.

문석진 구청장은 공무원들 입에서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최초로 전부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 등 청렴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일각에서 “여론주도층인 공무원이 돌아서면 표 떨어진다”는 조언에도 흔들림없이 ‘살벌한’ 분위기를 유지해 서대문구를 민선5기 전국지자체 중 투명행정 최상위권으로 끌어 올렸고, 주변의 우려와는 반대로 재선에 성공했다.

문 구청장은 요즘 고비용과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작은 장례’와 ‘작은 결혼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무관 대신 종이관을 사용하고 비싼 수의를 평상복으로 대체해 기존 비용의 절반이하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폐백과 함 등을 생략하고 식사는 도시락을 제공하는 작은 결혼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안산 숲속쉼터 등 결혼식장 무료대여에 앞장서고 있다.

문 청장 자신도 올 여름에 아들 결혼식을 구청 직원들도 모르는 ‘비밀 결혼식’을 치러 ‘원성’을 살만큼 솔선수범을 보인바 있다.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금 전국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관행대로 열렸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업무추진비로 마련됐던 ‘격식’있는 식사자리가 사라지는 등 많은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이미 5~6년 전부터 김영란법 내성을 키워온 서대문구 직원들은 거친 숨을 내쉬지 않고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고, 기자는 김영란법이 예고도 되지 않았을 때 직원들의 불평을 묵묵히 감내하며 청렴드라이브를 끝까지 밀어부친 문석진 구청장의 ‘선견지명’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