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국민이 있다
시정칼럼/국민이 있다
  • 시정일보
  • 승인 2016.12.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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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논설위원
   
 

[시정일보]한 국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바로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이다. 이미 학창시절에 모두 듣고 배운 이야기일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어느 것이 먼저이거나 더 중하고 덜한 것이 있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란 것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 나라의 위정자들에게 과연 국민이라는 개념들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최순실이라는 일개 일반인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삼아 국정을 농단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건 역시도 국민의 존재를 우습게 알고 권력만을 믿고 안하무인의 작태를 보이다 생긴 일인 것이다.

대대로 대통령들의 친인척비리를 겪어오면서, 국민들이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 대통령을 뽑은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그리고 그런 대통령에게 바란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가.

대통령 혼자 아무리 잘하려 해도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밑에서, 사고들을 쳐대니 이번에는 가족도 없고, 또 따로 챙길 사람이 없으니 그 점 하나만큼은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였으며, 이를 통하여 깨끗한 정치를 해주기를 소망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 가족이나 친인척 이상으로, 비리와 함께 일반인으로서 국정에까지 개입하여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 소리가 난다고 했다. 이번 일은 비단 최순실 한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다수 국민들이 생각이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그 측근과 공직자들 그리고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나리들 역시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거라는 말들이 많다.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에까지 다다랐고, 어쩌면 조기에 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의 대통령 탄핵은 누가 뭐라 해도 국민들이 이루어낸 결과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다른 목적을 가진 정치권 인사들이 국민들의 신성한 촛불을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집회에 나타난 장면을 보면서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하리라.

흔히 국민들의 의식은 매우 성숙했는데 정치권이 이를 따라주지 못한다고들 한다. 이번에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된 시위문화를 전 세계 언론들도 이구동성으로 극찬을 하고 있으면서 앞으로 계속 지켜 볼 거라고 했다. 2002년도 월드컵 응원 모습을 보며 애써 이를 폄하하려고 노력했던 해외의 일부 언론들이 이번의 촛불시위를 보면서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시위도 하나의 문화요 또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대통령의 탄핵보다도 어쩌면 더 큰 이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이번의 사태를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반면교사로 삼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국민들을 함부로 했다가는 반드시 같은 꼴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위기 대처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게 역사의 많은 부분에서 읽을 수가 있다. 그리고 국민이 분노하게 되면 아무리 강한 정권이라도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여야 할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가공할만한 능력을 발휘하여 극복하여왔다. 민주화 항쟁이 그랬고, 경제적 환란극복이 그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라의 지도층에서는 누구하나 책임진 이가 없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성숙된 국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행태를 보면 가슴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답답함에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 그리고 가장 큰 희망은 아직 우리에게 의식이 깨어있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입만 열면 조국과 국민을 앞세우는 위정자들의 그것보다 일반국민의 애국심이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이며, 그들에게 한마디 일러 주고자 한다. 조심들 하세요! 그대들을 지켜보는 국민이 있습니다. (동대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