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기자수첩/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 이승열
  • 승인 2016.12.22 15:17
  • 댓글 0

   
 

[시정일보]서울시 자치구의회 하반기 정례회 풍경 몇 가지.

A구의회에서는 지난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SNS에서 악성글을 올려 특정 당 소속 의원들을 강하게 비난한 악플러의 실체가 드러나 충격이 컸다. 그 악플러가 바로 같은 당 소속 동료인 ㄱ의원으로 밝혀졌던 것. 피해를 입은 의원들은 ㄱ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ㄱ의원이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사과했고 A구의회는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ㄱ의원에게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B구의회에서는 지역 축제에서 관내 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금과 관련해 구청장과 야당의원들 간의 날선 공방이 있었다. ㄴ의원은 구정질문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품에 대해 기부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인허가와 관련된 대가성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심지어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서 드러난 정권의 난맥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ㄷ의원 역시 기업으로부터 기부금품을 받으면서 목적·금액·용도에 대해 사전조율 또는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공방은 이번 정례회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제2, 제3의 라운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구의회는 지난해 설립된 문화재단의 경영상황과 위탁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으로 시끄러웠다. 의원들은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던 아트센터를 문화재단으로 이관한 후 경영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지적했고, 문화재단이 계약을 맺은 공연기획 외주업체에 대한 특혜의혹도 제기했다. C구 문화재단은 현재 내부 감사를 받고 있고 의회의 행정사무조사와 검찰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자치구의회에서 펼쳐지는 매년 하반기 정례회는 다음연도 예산을 심사하고 처리한다는 점에서 의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구정의 모든 항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의회와 집행부 간 팽팽한 긴장상태가 유지된다.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구정의 문제점도 많은 구정질문과 5분발언을 통해 수면 위로 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의회와 집행부 사이 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일이다.

자치구 출입기자로서 이번 정례회를 보면서 떠나지 않은 생각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구청과 구의회를 다니면서도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출근도장’을 찍는 정도에 머무른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특히 스스로 한계를 짓고 진실의 무게를 조금씩 회피하는 과정이 일상화돼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게 됐다. 처음 겪은 정례회는 아니었지만, 이번 정례회에서는 이와 같은 책임감이 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새해에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자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