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시행 100일, 근본취지 살리며 부작용 보완해야
사설/ 김영란법 시행 100일, 근본취지 살리며 부작용 보완해야
  • 정칠석
  • 승인 2017.01.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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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지난 5일로 100일을 맞았다. 김영란법은 최근 최순실씨 국정농단사건으로 조금은 희화화하긴 했지만 그래도 짧은 기간 내에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법 시행에 탄력을 받을 즈음 터진 국정농단사건은 서민들보다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심한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 아래 마련된 청탁금지법의 근본 취지는 청렴한 사회의 구현으로 반드시 뿌리를 내리게 해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긍정적인 취지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일반 국민 3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가 법 도입이 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85.0%는 김영란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들조차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전 국민을 잠정적 범죄자로 인식케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 시행 과정에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위반의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며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헷갈려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엉뚱하게도 연말연시 온정의 손길까지 줄어 소외계층이 직격탄을 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떠한 경우라도 법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명확하게 대상이 명시돼야 한다. 그런데도 법 자체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이라면 이는 법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또한 대표적 부작용으로 꽃 수요가 확 줄어 상당수 화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줄도산 위기에 처하게 됐는가 하면 중·고급 식당들도 예약손님이 줄어 문을 닫거나 일명 김영란 메뉴 개발, 타 업종으로의 전환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한우와 고급 생선 수요도 격감해 아무런 잘못도 없는 농어민들이 그 유탄을 맞으며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법의 이상과 현실과의 충돌로 청탁금지법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경기침체 속에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아무리 긍정적인 법이라고 하더라도 민간 소비를 흔들고 서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법이라면 안 된다. 법을 시행하며 혼선과 특정 직군의 불만이 계속된다면 관련 규정을 신속히 개정하는 게 옳다. 아울러 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한 규제조항이나 미비점, 부작용 등은 하루속히 현실에 맞게 고쳐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