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파문, 국민적 입장에서 성숙한 해법 찾아야
‘X파일’파문, 국민적 입장에서 성숙한 해법 찾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05.08.18 16:59
  • 댓글 0

한 부 영 소장<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분석센터>




올여름은 무더위가 유난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엘니뇨 현상, 기상 이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 달 전부터 시작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정원의 도청과 X파일 사건’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안보와 국익수호를 위한 최정예 정보기관이 본연의 직무를 이탈해 특정 인사들의 통화를 도청했고 도청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 유린의 차원에서 볼 때 심각한 불법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태의 수사나 파문확산 과정을 지켜보면 걱정스런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에 필자의 견해와 해법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본 사태의 당사자인 국정원측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등 자체 수습 노력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에서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모습을 현재의 국정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대다수 직원들은 테러 대비나 산업정보기술 보호 등 국제화 및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국가 핵심기능 수행에 밤낮없이 뛰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금년 7월까지 산업스파이 적발 건수는 51건 171명에 이르고 업계가 추산하는 피해 예방액만 66조7367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국정원의 존재가치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또한 국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과거 의혹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소위)진실위원회를 가동해 김형욱 실종사건 등을 스스로 파헤쳐 하나하나 국민들 앞에 그 진상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본 도청 및 X파일 사건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사과와 대응을 인내심있게 지켜봐야 할 때라고 본다.
다음으로 금번 사태를 정치권이 당리당략적으로 악용하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무릇 제대로 된 국가라면 어떠한 불법행위나 부정사건이 터져도 관련법과 제도에 따라 철저한 진상규명→관련자 처벌→재발방지책 강구 등의 정상적인 절차가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의 도청사건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안정적인 해결과정이 아닌 정치 쟁점화와 책임 공방으로만 치닫는 느낌이다. 각 당이 서로 다른 진상조사방법을 주장하고 도청이 이루어진 시기를 놓고도 역대 정권간 입씨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사태 수습을 위한 성숙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또한 성숙한 해법찾기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국가 안위와 국익 보호의 파수꾼으로 여전히 기능해야 하고 본 사태로 인해 대다수 성실한 직원들의 명예와 사기가 실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번 도청파문으로 인해 국정이 흔들리고 정치권이 자중지란에 빠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전체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며 셋째는 이번의 사태가 국정원의 환골탈태와 국가기관의 인권보호 수준 제고, 고질적인 정경유착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부와 정치권, 언론, 국민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금번 도청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 재발방지책 강구에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며 사태 수습과정에는 당리당략과 책임소재 공방이 아닌 오로지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만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위 기사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