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 칼럼/지방자치 창과 방패의 싸움
자치의정 칼럼/지방자치 창과 방패의 싸움
  • 시정일보
  • 승인 2017.03.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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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열 노원구의회 의장

[시정일보]지방의회가 부활한 때는 1991년이였다. 1960년대 일찌감치 시도되었던 지방의회는 군부집권시기에 소멸했다가 문민정부가 시작되면서 부활할 수 있었다.

당시 초대의원을 지냈더랬는데 갓 걸음마를 시작한 기초의회인지라 동료의원들의 대부분은 아직 의회의 절차나 의정활동방식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았다.

중앙정치계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보니 동료의원과 공무원 양측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게 되었다. 동료의원들에게는 품위 있게 공무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법, 바꾸어 말하면 질문을 받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저 양반이 뭘 좀 아나보네, 정신 차려서 성의있게 답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는걸”하고 생각하도록 긴장감을 일으키는 화법을 전수해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들에게는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 즉 괘씸죄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넌지시 귀띔해주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흘러 어느덧 노원구의회는 7대의회가 운영중이다. 4년 주기가 6번이 지났고 7번째도 절반이 넘었다. 사람으로 치면 26살로 한창 팔팔할 청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료 의원들, 그중에서도 초선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놀랍고도 흐뭇할 때가 많다. 평소에는 각기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을 챙기고 의정활동을 펼치느라 특별한 행사때가 아니면 잘 마주하지 못하다 보니 어느 만큼 성장했는지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일년에 두 번 불꽃튀는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시기가 있다. 6월과 12월에 열리는 정례회 기간중에 실시되는 구정질문때다.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는 경우는 크게 안건심사결과 발표, 결의문 발표 등 발표자로서 역할을 할 때와 구정질문, 5분발언 등 본인의 소신을 주장할 때로 나뉜다.

분발언이 일방적 연설이라면 구정질문은 쌍방적 교류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집행부는 대략 통보된 구정질문 주제를 두고 다양한 예상 질문과 맞춤한 답변을 준비한다. 최전방에 설 구청장이 혹시라도 말문이 막힐까봐 국장, 과장, 팀장들이 빈틈없이 그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방엔 실무자가 대기하고 있다.

반대로 공격자인 의원은 질문의 파괴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본질에서 살짝 비껴난 아리송한 질문의 요지를 집행부에 보여주는 허허실실 전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구정질문 방식은 일괄 질문답변과 일문일답 두 종류가 있다.

일괄질문은 여러 구의원들이 차례로 준비해둔 질문을 던지면 거기에 구청장이 한꺼번에 답변하는 방식이다. 질문자나 답변자 모두 크게 부담은 없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일문일답은 50분의 시간 안에 질문자인 의원과 답변자인 구청장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 가득한 긴장감이 매력이다. 의원 개개인의 개성과 매력과 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구청장이 얼마나 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지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때때로 구원투수로 나서는 실국장과장의 업무능력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유독 일문일답을 좋아하는 동료의원에게 일문일답의 장점을 물어본적이 있다.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주도권>이라고 한다. 구청장이 어떤 대답을 하든지 그 마무리는 질문자인 자신에게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일문일답의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것이다. 패기 넘치는 답변이다. 의장으로서 이런 동료의원의 패기가 자랑스럽다.

의회는 의회다워야 한다. 아무리 집행부가 일을 잘 한다고 해도 부족한 점도 있고 개선할 점이 있다. 그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는다면 고인 물이 계속 맑은 상태로 있기 어렵듯이 노원구의 구정도 정체되는 것은 분명하다. 해서 앞으로도 더 날카로운 창이 많이 준비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럴수록 집행부는 더 견고한 방패를 준비해 올 것이다.

노원구의회에서 벌어지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우리 구민의 삶을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일구어 줄 밑걸음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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