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골목이 도시의 경쟁력이다
단체장칼럼/ 골목이 도시의 경쟁력이다
  • 시정일보
  • 승인 2017.03.09 14:18
  • 댓글 0

최창식 중구청장
   
 

주민 스스로 가꾸는 삶 터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 운동

쓰레기 넘쳐나던 후미진 담장에

벽화 그려지고

광고물로 몸살 앓던

전신주도 말끔하게 정리

강제적 단속 아닌

주민협치로 만든 골목의 성장

 

[시정일보]민선5기 때부터 동별로 특색있는 문화관광자원을 발굴해 명소화하는 ‘1동 1명소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서소문역사공원 공사를 비롯해 필동 서애대학문화거리와 한양도성 다산성곽길, 광희문 주변에 예술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쇠퇴 일로를 걷던 을지로도 인쇄, 조명, 공구, 가구 등 업종별 특화거리 조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을지로 전체를 하나의 대형 전시장처럼 가꾸면 환경도 깔끔해지고 활동인구도 늘어나는 등 지역 활성화의 기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구는 ‘골목길'에 집중하고 있다. 명소 조성이든 도시재생이든 출발점은 골목이다. 도시민의 일상이 대부분 이루어지는 골목이 성장하면 주민들도 혜택을 받고 행복해질 수 있어서다.

이웃 일본의 시골길은 쓰레기나 보기 흉한 물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유럽에서 국민소득이 낮다는 헝가리나 보스니아 같은 나라도 지방도시 골목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골목은 어떠한가. 도심 대로는 물론 골목까지 쓰레기가 널려 있다. 무질서한 주차행태나 불법간판, 불법적치물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행정기관이 단속해도 잠깐일 뿐이다. 어렵게 정비해도 돌아서면 재발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 아까운 행정력만 낭비하는 꼴이다.

이에 중구는 지역 주민들 스스로 무질서 행위를 바로잡는 등 법을 지키고 이웃을 배려하면서 주변 환경과 생각을 함께 바꾸어가는 국민운동인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민들이 모여 골목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도출하고 공감대를 갖는다. 주민들이 스스로 합의한 대로 정한 시간에 쓰레기를 집 앞 골목에 내놓고, 주차는 정해진 장소에만 한다. 이웃에 불쾌감을 주는 물건을 밖에 내놓지 않고, 가로환경을 해치는 건물이나 담장을 깨끗하게 단장한다.

구청 단속은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기본인 주민 협치를 이루는 것이다. 행정력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주민참여를 극대화한 선진형 민·관 협력사업이라 할 수 있겠다.

골목문화 사업은 2015년 다산동에서 시범 추진했다. 후미진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전신주에 불법광고물을 붙이지 못하게 방지판을 설치하는 등 동네 곳곳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지난 해에는 관내 15개 전체 동으로 확대하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정부 3.0 국민디자인 특화과제'로 선정되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시민의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민의 하루가 행복하고 내 집 앞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골목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나설 때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