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다시 시작된 지자체 예산전쟁
기자수첩/ 또 다시 시작된 지자체 예산전쟁
  • 윤종철
  • 승인 2017.03.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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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이같은 자본주의 사회체계 내에서 지방자치도 별반 이와 다르지 않다.

지자체 운영에 있어서도 ‘예산’은 교육, 문화, 복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개인적 선호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강남’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부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돈’이다.

이같은 이유로 매년 각 지자체에서는 조금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금 같은 ‘2할 자치시대’에는 아무리 군살을 빼도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보니 실제로 매년 일촉즉발의 위험 수위까지 넘나들기도 한다.

지난해 행정자치부발 지방재정 개편은 폭염속에서도 성남 시민 2만여명을 광화문광장에 불러 세웠으며 수장인 이재명 시장은 11일간이나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올해도 각 지자체들은 부족한 재정 확보를 위해 국비나 시비, 각종 기관들의 공모사업에도 적극 뛰어들면서 예산 전쟁을 시작했다. 선봉에는 관계 공무원 뿐만 아니라 각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들까지도 적극 가담하면서 전쟁은 점점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예산전쟁이 꼭 나쁜 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지역 특성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스토리텔링 사업으로 연계하는 등 각 지자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정 패러다임에 눈을 돌리게 했다.

중구의 정동야행은 도심 속 근대 역사문화유산의 보고인 정동의 이야기를 ‘야간’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접목해 스토리를 엮으면서 문화재청이 선정한 대표 축제로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 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전시성 사업은 아닌지, 사업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사전에 평가 받게 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선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2년간 각 자치구들은 혁신교육지구에 선정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정, 보강하면서 처음 걸어보는 교육 혁신의 길을 더욱 알차고 세밀하게 이끌어 가는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이같은 지자체 간 끊임없는 예산전쟁의 험난한 과정에서 생긴 병사들의 크고 작은 상처들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아이디어라도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남아 있지 않다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이들의 상처는 제대로 된 보상 없이 그대로 곪아가고 있다. 사업이 크든 작든, 예산이 많든 적든, 작은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유다.

이들이 참여한 전쟁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자치구 전체의 리그로 인식하도록 적극 홍보하고 ‘인센티브’나 ‘인사상 가점’ 등을 주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