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공무원 궁사 “꿈을 향한 과정의 기쁨이 더 소중”
휠체어 탄 공무원 궁사 “꿈을 향한 과정의 기쁨이 더 소중”
  • 이승열
  • 승인 2017.03.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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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베이징 세계선수권 출전
   
▲ 김범철 주무관이 양궁 훈련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

‘양궁인 이전에 공무원’ 책임감
“동료들 성원 ‘금메달’로 보답”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금천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양궁 국가대표로 뽑혀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민원여권과 김범철 주무관(54세). 주변으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고 있는 김 주무관이 특별히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1급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됐다. 이때부터 휠체어를 타야 했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구기종목 등 팀 경기에 참여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그는 혼자서 연습할 수 있는 양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맺은 양궁과의 인연이 어느새 13년이 됐다.

김 주무관은 지난해 장애인양궁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4차례에 걸쳐 참가해 ‘컴파운드 W1' 부문에서 3위를 차지, 국가대표로 뽑혔다. 실업팀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선발전에서 개인 자격으로 나가 순위 안에 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김 주무관은 “실업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 동안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처음 양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가대표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기록경기라 성적이 오르면 그걸로 만족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차츰 욕심이 생겼다. “욕심을 내는 만큼 성적이 좋아져서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국가대표가 목표가 됐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더 험준한 산을 넘어야 했다. 연습량을 대폭 늘려야 했지만 공휴일에만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양궁인 김범철’이기 전에 ‘김범철 주무관’이었다. 그의 노력의 결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같은 과 동료인 노수빈 주무관은 “김 주무관님은 몸이 불편하신데도 항상 책임감 있게 일하신다”며 “일만큼이나 열심히 노력하셨던 양궁에서도 꼭 좋은 성과를 내시길 바라고, 직원 모두 응원하고 있으니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 주무관은 올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 잠시 휴직하고 오는 4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선수촌에 입소한다.

김 주무관은 자신의 빈자리 때문에 업무가 늘어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선수촌 입소기간 동안 제 일을 나눠서 하게 될 동료들을 위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김 주무관은 “꿈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과정에서의 기쁨이 그 못지않게 소중한 것”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루기 위해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