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냐 생존이냐… 중구 ‘노점실명제’ 신의 한수
불법이냐 생존이냐… 중구 ‘노점실명제’ 신의 한수
  • 윤종철
  • 승인 2017.05.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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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가로환경과/ 기업형 불법 노점 근절 ‘사투’
   
▲ ‘노점상실명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가로환경과 직원들이 구청 앞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시정일보]노점상 문제는 비단 특정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권이 형성된 곳이면 어디나 ‘불법이냐 생존이냐’를 두고 노점과 지역상인 그리고 지자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시대 20년이 흘러도 이 ‘노점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노점상 ‘강제철거’는 생존권이 걸린 노점상인들의 희생을 불러왔고 그 사이에서 기업형 노점이 깊게 뿌리를 내려 버렸다. 이제는 노점상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게 돼 버렸다. 단순히 노점상 단속만이 절대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지난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구가 내놓은 ‘노점상 실명제’는 기막힌 ‘신의 한 수’였다. 생계형 노점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고 문제가 된 기업형 노점만 뿌리를 뽑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노점 음식의 보관 상태나 위생, 원산지 문제도 법의 테두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노점을 무조건 내치기보다는 소위 ‘노점 사장님 만들기’라는 최창식 중구청장 발 ‘노점상 실명제’는 지난 2년 가로환경과 16명의 직원들의 땀방울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 

 

■ ■ ■ 남대문시장 노점실명제 성공
밤낮으로 상인 설득, 상생의 길 찾아

‘노점상 실명제’를 통해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노점과 점포 상인 그리고 구청과의 상생이다. 노점은 허가 받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매대가 정비 될까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며 신규 입점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 점포 상인들의 입장에서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노점이 줄어들고 상가 앞도 쾌적해져 불만이 줄어들고 소비자 건강과 보행권 유지를 위한 구청의 관리도 가능해 진다. 
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남대문 시장이다. 남대문 시장은 ‘전노련’에 가입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던 곳이다. 특히 영업시간 조정 문제는 점포 상인들과도 갈등을 겪으며 노점 상인들 뿐만 아니라 점포 상인들까지도 수백명이 구청 앞에 몰려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급기야 상인들은 전노련에 가입해 조직적인 행동에 나섰으며 담당자와 대화조차도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가로정비팀과 시장정비팀 등 16명의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 직접 나가 상인 한명 한명에게 실명제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돌도 빈번했다. 일부 반대 상인들에게 옷이 찢기거나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직원도 속출했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공상처리 된 직원만 여직원 3명을 포함해 5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로환경과 직원들은 “설득 과정에서 발생한 이같은 크고 작은 부상들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며 “문제는 노점 상인들이 집단화 돼 조직적으로 반대하면서 개별적으로 노점 상인들을 만나는 것조차 차단돼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직원들은 이렇게 장장 1년이라는 기나긴 설득과 노력 끝에 결국 180여개 노점을 법 테두리 안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지난 2월에는 실명제를 조직적으로 반대하던 전노련도 결국 와해됐다.  
가로환경과 주무관은 “현재 남대문에는 실명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노점의 강제 철거 문화가 사라지고 구청에 항의 방문하는 상인들도 거의 없어졌다”며 “2줄로 있던 노점도 1열로 바꿔 통행이 원활해 졌으며 허가를 받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전처럼 일부 단체에 회비를 내지 않아도 돼 전보다 안정적으로 노점이 운영되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 ■ ■ 1664개 영업 ‘노점천국’
노점실명제 2년, 980개로 줄어

구의 노점상 실명제는 생계형인지를 일률적으로 정해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영업자는 인정하되 매매 등을 통한 신규 영업자의 진입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실명제 허가는 2년에 한번, 도로 점용 허가는 1년 단위로 갱신해 나가게 되며 그 때마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노점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식이다.   
처음 중구청이 파악한 관내 노점은 1664개였다. 보통 지자체가 평균 500개~12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많은 셈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노점상 실명제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현재 명동과 동대문, 남대문 등을 포함한 관내 9개 시장의 노점은 총 980개로 대폭 줄었다. 
가장 먼저 노점상 실명제를 실시한 중부ㆍ신중부 시장은 최초 갱신 결과 기존 116개 노점에서 85개로 줄이는 성과를 봤다. 
가로환경과 장운기 과장은 “현재 갱신을 앞두고 있는 남대문 시장 180개, 동대문 169개의 노점들도 역시 이처럼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2~3차례 갱신을 하게 되면 구의 실명제는 차차 더 견고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는 노점 운영의 위반행위 기준도 마련해 노점 상인들에게 법적 마인드를 심어주고자 했다.   
도로 등에 물건 등을 적치하는 행위나 판매 금지 품목 판매, 위생 상태 등 기본적인 규칙들이다.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부터 30일 영업정지까지 3회에 걸친 행정처분과 벌점(10점~30점)이 함께 주어진다. 벌점은 120점이 누적되면 허가를 취소하게 된다.  
가로환경과 한 직원은 “대부분 30~40년간 무허가로 장사를 해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노점상인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스스로 인지해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 ■ 노점상 실명제 시행 2년

                          마지막 숙제 ‘명동’

문제는 명동이다. 현재 명동에는 2부제로 운영되는 364개의 노점이 있다. 명동에는 지난해 6월부터 실명제를 본격 시행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현재까지도 만만치 않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노점 대리 영업으로 시정 명령을 받은 노점만 40여개다. 실명제 시행 이후 매대에 부착하게 되는 ‘허가증’도 265개 노점이 일괄 제거하는 등 실명제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명동도 남대문 시장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로환경과 직원들은 또 다시 명동 노점 상인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기꺼이 나섰다. 다시 한 번 찢기고 부러져도 상인들이 수용할 때까지 계속해서 설득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가로환경과 한 여성 주무관은 “노점상 실명제는 기업형 노점을 솎아낼 수 있으며 정착되기만 하면 노점상인과 상가상인 등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다”며 “노점 상인들이 이를 수용할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상인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각오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