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세치의 혓바닥으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정일보 시청앞/ 세치의 혓바닥으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17.05.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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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이 서로가 연계되어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가며 기존의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흡수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출마 후보자들이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문재인 후보는 충남 공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선거철이 되니까 또 색깔론·종북몰이가 시끄러운데 지긋지긋하다"며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 ×들아"라는 발언을 했는가 하면 홍준표 후보는 경남 김해에서 "경남도의 빚을 없애고 청렴도 꼴등을 1등으로 만들고 나왔는데 퇴임하는 날 소금을 뿌리지 않나, 에라 이 도둑놈의 ○○들이 말이야"라며 일부 시민단체를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갖고 있는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과 막말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망발을 대수롭잖게 늘어놓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각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막말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대선주자들은 상대방 후보가 경쟁의 대상인 동시에 당선시 국정의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