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려 본 ‘어르신 자서전’…한편 한편이 인생수업
시간을 되돌려 본 ‘어르신 자서전’…한편 한편이 인생수업
  • 이승열
  • 승인 2017.06.01 12:27
  • 댓글 0

관악구 도서관과 도서관기획팀
   
▲ 관악구 도서관과 도서관기획팀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신유 주무관, 강진호 주무관, 김선희 팀장, 정미옥 주무관.

벤치마킹 쇄도‘어르신 자서전 사업’

“어르신 삶 담은 책 제작 큰 감동과 보람 느껴”

올해도 여덟 분 제작 지원 ‘자서전 아카데미’도 운영

 

[시정일보]기자가 지난 30일 오전 관악구청 별관 7층 강당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 일곱 분이 옛 기억을 더듬으며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었다. 20대 때의 기억을 연대표에 따라 적어보고 있었던 것.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보던 강사가 어르신들에게 말했다.

“지난 기억을 쓰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기억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실타래처럼 계속 풀려나오는 것입니다. 지금 강의는 기억을 되살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며, 자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입니다.”

관악구가 지난달 16일부터 4회에 걸쳐 매주 화요일 열고 있는 ‘제4기 관악구 어르신 자서전 아카데미’의 풍경이다.

‘어르신 자서전 아카데미’는 관악구가 자서전 제작에 관심 있는 어르신들에게 글쓰기 방법 등을 지도하기 위해 마련한 강의다. 강사는 사업을 주관하는 희망사업단의 유명종 대표가 맡고 있다.

‘어르신 자서전’은 관악구가 2011년 전국 최초로 추진한 사업이다. 어르신들이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후손과 사회가 공유하자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총 50명의 어르신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구는 자서전을 쓰는 어르신에게 제작비 250만원과 원고 교정 및 구술 정리를 도와주는 전문가를 지원하며, 매년 출판기념회도 성대하게 열어준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조○○(73세) 어르신은 “내 나이 80쯤 되면 책을 써서 아이들한테 남기겠다고 막연하게 계획하고 있었는데 구청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보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가족들과의 사진과 추억이 가득 담긴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어르신 자서전 사업은 관악구 도서관과 도서관기획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선희 팀장은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가 굉장히 많이 온다. 최근에는 양천구에서 사업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자랑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이 사업을 공약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올해도 구는 8명의 어르신에게 자서전 제작을 지원한다.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강진호 주무관은 “현재 한 분의 제작을 이미 지원하고 있으며, 강의를 듣는 일곱 분도 대부분 자서전을 쓰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희 팀장은 “어르신들이 ‘구청에서 이런 좋은 사업을 해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하시고 고마워하신다”며 “저도 그분들의 책을 보면 큰 감동을 받고 많은 것을 배우며, 이런 좋은 사업을 담당하는 팀장이라는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소박한 소감을 전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