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스크린 독과점 강력히 법으로 규제해야
시정일보 사설/ 스크린 독과점 강력히 법으로 규제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7.08.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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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성하의 지중이 물러선다. 가을 첫줄이 성큼 다가온다. 어느 때 보다 2017년 여름 극장가는 성하의 뜨거운 열기만큼 <군함도>, <택시운전사>의 흥행몰이가 관심이 됐다. 

문제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2017)가 한때 상영관 2168개를 점유하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명랑>(2014)1587개, <부산행>(2016)1788개 등 한국영화 대작의 스크린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졌다. 

유독 <군함도>에 비판이 거센 것은 암묵적인 한계선이라 할 수 있는 2000개관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운전사>(2017) 또한 순식간에 1827개관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독과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촛불정국으로 핵으로 떠오른 블랙리스는 문화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블랙리스트와 독과점과의 관계는 무관 할 수 없다. 

모두가 불공정한 형태는 갑 질의 같은 원형이다. 우리는 힘(권력, 재정) 있는 자의 남용에 대하여 늘 지적하여 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논쟁은 더 쟁점화 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시점에 스크린 독과점은 수면위에서 논란의 여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산업의 측면에서 다수의 극장을 몰아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즈’는 단기간의 이윤을 확보 할 수 있어 근시안적으로는 현명해 보일지 모른다.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에 관을 배정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본주의하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지 왜 문제인지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밀턴 프리드먼)’는 식의 발상에 기반한 일방적인 장기독주는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관객으로부터 선택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박탈함으로써 소비자면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문화생활의 자유를 심각하게 박탈 당하는 것이다. 

영화의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충분한 잠재력의 신인 감독의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기회마저 없어지게 된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워낭소리>(2008)같은 명작들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지금도 저예산의 영화나 신인감독이 설자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다. 중저 예산이지만 다양한 색채의 영화가 창작을 축소하는 폐단이 심해지면서 당장 이윤을 위해 미래를 갉아먹는 꼴이 되는 것은 선진의 길로 나가는 길이 되지 못한다. 

멀티플렉스(Multi-plex)는 아직 다양성(multi-)의 꿈을 꾸는가? 어쩌면 한국의 극장은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잃는, 황량한 회색의 모노플렉스(mono-plex)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자문할 시점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상임이사는 스크린 독과점 규제와 관련 “과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나온 결론들은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가 없었다”면서 이제는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시기”라고말하고 있다. 정윤철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규제는 “극장 자체의 장기비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