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내 나이는 몇 살이지?
시정칼럼/ 내 나이는 몇 살이지?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7.09.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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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내 나이는 몇 살이지? 

50대는 잘나고 못남의 미추(美醜), 60대는 지식의 많고 적음, 70대는 부의 유무(有無), 80대는 이승과 저승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인데, 그러나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실제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이는 일반적으로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 건강 수준을 재는 생물학적 나이,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는 정신적 나이, 지력을 재는 지성의 나이로 나뉜다.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 있고 애늙은이 소리를 듣는 청소년도 있다. 80대가 돼서도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는 어른이 있고. 40대만 접어도 모든 일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서글픈 인생도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정신적 동갑은 아닌 것이다.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된다.

노년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그리고 꿈을 상실하게 된다. 노인은 게으른 자의 이름이고 어르신은 부지런한 자의 애칭이다. 언젠가 찾아오는 나이 든 시절에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65세를 넘으면 노인일까 아니면 팍삭 늙은 노인일까? 어떤 나이에 앉아 있는지 곰곰이 반추해 보시라.

65세이면 옛날로 쳐서 환갑·진갑도 다 지낸 늙은이로 살아야 한다는 서글픈 삶의 굴레에 억눌린 세대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네스코는 2014년 ‘미성년은 17세까지, 청년은 18세에서 65세까지, 장년은 66세에서 79세까지, 노년(노인)은 80세에서 99세까지, 100세는 장수노인‘이라고 선포했다.

이유야 어쨌든 노년은 새로 전개되는 제3의 삶이다. 나이 듦과 화해를 배우며 불편과 소외에 적응하고 감사와 사랑에 익숙해야 한다. 기대수치를 최대로 줄이고 현실에 적응하는 슬기는 제3의 삶을 보람 있게 이끈다. 노후를 소홀히 하면 큰 불행을 만나게 된다. 노년은 일찍 죽지 않은 한 누구나 만나는 인생의 소중한 과정이다. 

당당하고 멋진 노인이 되느냐? 지탄받고 짐이 되는 인생으로 살 것이냐? 하는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길어진 제3의 삶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대로 낭비하며 노년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질펀하게 먹고 마신 결과는 노후의 병고와 가난이라는 복병을 피할 수 없다.

노년에게 주어진 제3의 삶을 사랑과 감사로 즐기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이다. 노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일 수 있다. 노년은 황혼처럼 사무치고 곱고 야무지고 아름답다. 황혼의 빛이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하듯 우리 인생도 이런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여유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노년은 정숙하고 아름다운 안단테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 혹은 표정을 담아 선율을 아름답게 흐르듯이)이기도 하고, 위대한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인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기분 좋게)처럼 정열과 경쾌한 리듬을 담은 나이다.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으로 우리들도 몸과 마음 다 태우는 열정으로 살아야 한다. 완벽한 성숙, 노년은 잘 익은 가을과일이다.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는 나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서나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다. 노년은 가슴 뛰는 생의 시작을 알리는 우렁찬 팡파르다. 

노년은 마지막 성취와 결실을 향한 일정이 되어야 한다. 가슴 아프게 후회스럽고 해보고 싶던 일 20-30년이면 얼마든지 새 출발로 먼 길을 떠날 수 있다. 노년은 잴 수 없는 시계 너머의 시간이다. 고독은 병이고 외로움은 눈물이고 서러움이고 애달픔이다. 그러나 눈물이고 아픔이라 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또 다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혹시라도 혼자 남게 되는 노년이라도 두려워 말자. 혼자서도 가장 순수한 고독을 즐길 수 있다. 무서운 고독과 싸우지 말고 고독과 어깨동무하고 즐기며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자신을 갈고 닦으면 권위와 인품도 저절로 생기고 어느 누구에게서나 존경받는 원로가 될 수 있다.

인생은 언제나 스스로 부딪혀 경험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준다.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의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 프라이가 된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여생을 살아야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