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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잠든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바람
연혜주 팀장 (서울보훈청 선양교육팀)
2017년 11월 02일 (목) 13:52 주현태 gun1313@naver.com
   
연혜주 팀장

‘여우는 죽을 때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狐死首丘]’고 한다. 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말로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한 특별한 애착심은 다름 아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9월27일 부산 UN기념공원에서는 특별한 안장식이 있었다. 고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조국 네덜란드가 아닌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에 묻히기를 원했다. 정든 고국과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만리 타향에 잠들기를 원했던 故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Johan Theodoor Aldewereld / 1928~2017) 씨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故 알데베렐트 씨는 1951년 8월 네덜란드 반호이츠 부대의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단장의 능선, 철의 삼각지 전투 등에 참가한 그는 1952년 7월 전역 후 귀국하여, 사업가로 활동하던 중 지난 2016년 6월 한국을 다시 찾았다. 65년 전 대한민국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 故 니콜라스 프란스 웨셀(Nicolas Frans Wessels) 씨의 유해 봉환식과 안장식에 참석했던 그는, 올해 2월 4일 세상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이 유언했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산화한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대한민국 땅에 내 유해를 묻어 달라. 우리가 대한민국 땅에서 싸운 목적인 통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다.” 이 말에는 故 알데베렐트 씨의 6·25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웠던 지난날의 전우애를 넘어, 그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과 자신들의 희생으로 지켜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가 영원한 것으로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현재 부산 UN기념공원에는 故 알데베렐트 씨와 그 전우인 故 웨셀 씨 외에도 4분의 UN참전용사가 대한민국에 잠들기를 원하여, 사후 개별적으로 안장되었다. 굳이 호사수구(狐死首丘), 즉 인간의 회귀본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사자의 본국 송환 원칙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1954년까지 UN기념공원에 안장된 UN군 전사자 11,000여 명 중 대다수는 곧 본국으로 이장되었다. 현재 UN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는 2,300명은 대부분이 전사한 곳에 매장하는 풍습을 가진 영연방 출신이다.

 그렇기에 전사자가 아니라 전후 조국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던 참전자가, 사후 안식처로 지난날 자신이 싸웠던 곳을 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일이다. 이것은 故 알데베렐트 씨 개인 차원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네덜란드 정부에서 주한대사를 통해 고인의 뜻을 대한민국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이는 국가 간의 일이 되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유해 봉환식과 안장식은 모두 국가 차원의 최고의 예우와 의전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안장식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UN사령부 대표 등 UN 관련 요인이 참석함으로써, 이 일련의 과정은 6·25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한국과 UN참전국 간의 기억을 공유하고 유대를 다지는 장으로 거듭났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4년이 지난 지금에도 통일되지 못하는 한반도의 상황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안타까워 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故 알데베렐트 씨와 같은 외국인이 있다는 것은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전세계에는 故 알데베렐트 씨와 같이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수많은 용사와 그 후손들이 있다. 만일 이들이 모두 한결 같이 대한민국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져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이에 다가오는 11월 11일 예정된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국제 추모일을 소개한다. 이날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에서 UN전사자가 잠들어있는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을 진행한다.

이는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UN참전용사들의 자랑스러움을 알리고 그 넋을 추모하는 것이다.

또한 자유와 평화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故 알데베렐트 씨가 대한민국에 묻히고자 했던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Turn Toward Busan 국제 추모일, 고인을 비롯한 UN참전용사들에게 감사와 추모의 뜻을 전하며, 대한민국과 21개 참전국이 모두 '하나 되는 순간(Moment To Be One)'을 맞이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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