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10년새 ‘샛길’
풀뿌리 민주주의 10년새 ‘샛길’
  • 시정일보
  • 승인 2006.02.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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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종합감사

조직·인사·예산 단체장 자율에 맡겨
고질적 부당사례 787건 적발 시정요구


감사원은 최근 임충빈 경기 양주시장을 포함해 26명을 고발 또는 수사요청하고 위법 부당행위를 한 공무원 249명을 징계요구했다. 또 횡령·유용 등 불법행위, 예산낭비나 유착비리 등 고질적인 부당사례 787건을 적발해 시정요구 조치했다.
이는 지방자치제 실시 10년만에 처음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민선자치제 출범 10년을 계기로 그간 자치행정의 공과(功過)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보완과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말부터 1년여에 걸쳐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실태 및 공직기강 등에 대해 처음으로 종합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인사·조직 관련 비리, 타당성 없는 사업 추진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민선자치제 실시 이후 공무원의 도덕불감증, 소극적 업무처리 등 고질적 병폐 뿐만 아니라 국가이익에 반하는 무분별한 지방사업 추진, 줄세우기식 인사 풍토 등의 새로운 폐해가 성행하고 있었다.
또한 자치단체장 선거의 실시에 따라 지방행정의 인사, 조직, 예산이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었고 지역의 토착세력과 연계된 수의계약, 특정 집단에 대한 부당지원 등 각종 특혜의혹도 빈발했다. 여기에 권위주의적, 편의주의적 조직문화가 아직도 자리잡고 있어 소극적 민원처리를 유발하고 있었으며 지역정보 등을 사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하는 등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심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결과를 자치행정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규정하고 행자부 등 관계기관에 개선을 위한 방안을 권고했다.
무분별한 개발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서는 국비지원이 연계된 사업에 대해 투자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예산 및 경비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상감사 등을 통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자치단체 공사의 수의계약 평가기준 도입, 자치단체에 클린 신용카드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토록 권고했다.
또 주민불편이나 부담을 초래하는 행정행태를 막기 위해 소극적 민원처리시 거부처분사전통지제 등을 시행케 하고 법적근거 없는 부담금 징수에 대해서는 벌칙규정을 도입하도록 했다. 단체장의 인사전횡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사를 활용한 인사위원회의 내실을 기하도록 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자체의 부당 불법 실태를 7개 유형으로 나눠 실태를 밝혔다.


무리한 사업 예산낭비

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지난해 6월 현재 165개의 사업이 중단되고 총 4209억원이 사장됐다.
광주광역시는 투자심사도 받지 않고 영상문화시설 설치 및 학생회관 이전을 위한 부지매입과 조성공사 등에 237억원을 투입하다 추가재원을 마련못해 사업이 중단, 위 금액이 모두 사장됐다.
성동구는 건축허가 제한구역의 부지를 매입해 복지관건립을 추진하다 사업이 불가능해져 부지매입비 61억원이 사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성동구는 부지매입시 뚝섬종합개발계획 용역실시에 따라 2년간 한시적인 건축제한을 했으나 용역발주 등 업무가 계속 진행중인 사안으로 예산의 사장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해명했다.
부산광역시는 초읍터널 및 접속도로 건설 사업비가 당초보다 102% 증가했는데도 재심사없이 추진하다 중단, 171억원이 사장됐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재검토 지시를 무시하고 청소년 수련관 수영장 건립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 주의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마포구는 이에 대해 2004년 6월 18일 수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하고 서울시와 운영에 관한 협의를 마친 후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협의없는 시설개발로 기관간 자치단체간 갈등


건설교통부 등의 국가계획과 상관없이 지자체 독자적으로 시설개발을 추진하여 난개발을 초래하고 사업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었다.
부산광역시 등 5개 시 도는 건교부의 공급계획보다 최대 2.5배를 초과했고 충청남도, 경상북도는 서해안·중앙고속도로 등 국가기간교통시설과 연계되는 지방도 건설을 국가기간교통시설보다 10여년 늦게 준공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또 물관리체계가 이원화(건교부-광역, 환경부-지방)된 허점을 이용해 상수도시설이 과잉남발되고 있었다. 남해군은 광역상수도 1만톤/일 을 공급받아 용수공급이 충분한데도 환경부로부터 50억원을 지원받아 고현 지방상수도를 건설중이다.
서초구는 구립 납골당을 건설하려고 1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시 소재 부지를 매입했으나 청주시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부지매입비 10억원이 사장됐다. 충청 남북도간 서로 연계되는 병천~오창 지방도를 충북에서는 2008년 준공예정으로 공사중인데 충남에서는 착공조차 하지 않아 4년여의 개통지연이 예상된다.



과시성 사업 졸속 추진

지방청사, 체육시설을 수요에 비해 과대하게 건립하고 지방축전을 무분별하게 개최하고 있었다. 2000년 이후 건립이 추진된 25개 지방청사 중에서 21개가 행정자치부 투자심사면적보다 많게는 172% 컸다. 단체장실의 경우 대구광역시 달성군은 기준면적의 3.5배에 이르는 등 기준의 2배 이상인 청사가 11개소, 3배 이상인 청사도 3개소 조사됐다. 경기도 고양시는 설치기준(1만5000석)보다 2만6311석 많은 종합운동장을 건립했다. 축전은 2003년 개최된 496개 중 226개(45.6%)가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신설, 개최됐다. 12개 자치단체에서는 축전업무만을 전담할 15개 비영리법인을 설치해 산하기관처럼 운영했다.



줄세우기식 인사

단체장이 특정인을 위법하게 승진임용하는 등 공공연하게 공무원 줄세우기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인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중랑구는 인구가 50만명이 되지 않아 2급 정원이 없는데도 지난해 2월 3급 부구청장을 2급으로 승진임용했다. 이에 대해 중랑구는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자치구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서울시와 협의해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광주시장은 근무성적 평점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평정서열명부 상위 순번에 배치하도록 지시해 6급 6명, 7급 8명을 각각 5급과 6급으로 부당승진시켰다.
강남구는 인사격려제를 만들어 격려점수가 실질적으로 승진을 좌우해 기존의 근무성적평정, 인사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강남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인사제도 운영시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으며 엄격한 실적주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 수가 계속 감소하는 지자체에서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48개 군 중 경북 영덕군 등 39개군은 2년 동안 인구가 10만여명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공무원 수는 오히려 1200여명 증가했다.


부당 수의계약


법령상 수의계약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을 왜곡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강남구는 단일공사로 분할발주할 수 없는 구의회 리모델링 공사(13억9000여원)를 수의계약하기 위해 분할발주했으나 분할 공사금액이 7천만원을 초과해 수의계약을 할 수 없게 되자 전기공사를 별도 발주하는 것으로 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남 화순군은 전문건설업체와 경쟁계약해야 할 38건의 공사를 일반건설업자와 수의계약하고 48건은 무면허 건설업체와 수의계약하는 등 총 313건(계약금액 119억원)의 수해복구공사 중 43% 상당(52억원)을 위법하게 수의계약했다.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특정업체 맞춤형으로 입찰참가자격 요건을 제한한 경우도 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는 청사시설관리와 청소용역계약 입찰을 하면서 기존 용역업체의 기술보유현황과 용역수행실적을 기준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해 기존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편의주의적 행정 만연


법적근거 없이 민원거부, 지연처리와 인허가 등을 이용한 부담금 징수 및 기부금 모집 등으로 국민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전북 전주시는 공동주택사업 승인관련 업무를 특별한 이유없이 처리를 지연시키는 동안에 용적률 강화로 착수시기를 놓쳐 사업주가 사업을 포기했다. 충남 금산군에서는 입지기준에 적합한데도 민원이 예상된다는 막연한 이유로 공장설립승인을 거부, 행정쟁송 패소 후 뒤늦게 승인해 공장설립이 지연됐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아파트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진입로 기준길이 200m를 초과한 3개 노선 공사비 15억여원을 사업시행자에게 전가시켰고 충남 천안시에서는 아파트 사업을 승인하면서 어린이 공원 조성사업비 3억8천만원을 건설사업자에게 전가시켰다.
부당한 기부금 모집에 있어서는 경기도가 도 금고 취급은행으로부터 체육지원육성 및 지역경제발전 명목으로 41억여원의 기부금을 수령했다. 경남 의령군은 위원장이 의령군수이고 군 공무원이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의 사실상 의령군에서 운영하는 ‘의령제전위원회’를 통해 관내 기업 등으로부터 총 3억9천만원을 기부받았다.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으로 공금횡령, 관용카드 사적사용,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종로구 직원은 식품위생업자가 환경위생과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한 과징금 1600만원을 인출하는 등 총 4672만원을 횡령했다. 전남 구례군에서는 지출원의 인감도장을 훔쳐 자신의 처와 가족 등을 지급대상자로 기재한 허위의 공금지급명령서를 만든 후 계좌 이체하는 방법으로 총 3억2000여만원을 횡령한 사례가 적발됐다.
경기도 양주시는 모 지구에 대해 2004년 7월 30일 주민공람공고를 하고 같은 해 12월 30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면서 관련기관으로부터 수 차례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하도록 하는 지시를 받았으면서도 이를 묵살하고 주민공람공고일로부터 78일이 지난 10월16일에서야 개발허가 제한조치를 하는 등 직무를 태만히 처리해 그 결과 위 78일 동안 토지소유자 406명에게 건물 신·증축 등 500건의 개발행위를 허가해 보상금 등 2188억원의 사업비 증가가 예상되는 등 부동산 투기를 방치, 조장했다.
이 과정에서 양주시 전 국장 등 전 현직 공무원 5명은 27건의 개발허가를 받아 창고를 신축하는 수법 등으로 보상액 92억여원을 증액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柳銀英 기자 /apple@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