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 한 태 논설위원(성지중·고등학교장)
칼럼/김 한 태 논설위원(성지중·고등학교장)
  • 시정일보
  • 승인 2006.02.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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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하고 있으나?
우리 성지중·고등학교가 개교 34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세 번씩이나 변했다. 이쯤 되면 크게 달라지고 노력한 만큼 대가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고 힘들고 쪼들리고 있다. 아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학교를 하느냐고 질문을 한다. 그만큼 노력하면 무엇을 해도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빈정대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우리 학교는 34년이지만 파란만장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사 가라, 못된 아이들이 우리 골목에 와 있느냐, 사용료 내라, 건물화재사건 그 외 폭풍 앞에 등불처럼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을 때는 한 치도 앞이 안보였다. 우리사회에서 약자는 살아가기가 정말 힘이 드는구나 하고 교장이나 우리 교사들은 펑펑 울 때도 있었다.
우리 사회 약자들은 음지쪽에서만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가?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 청소년, 출소자, 자퇴생, 빈민층 자녀, 이혼한 집 아이들. 이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공부다운 공부할 곳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글쎄요’ 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1972년에 서울 영중초등학교 가건물 천막에서 구두닦이, 신문팔이, 공장근로자 등 불우한 환경으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 50명으로 시작했다. 1988년에 완전 학력인정을 받아 성지중·고등학교로 제1회 졸업식을 시작하여 올해로 제18회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8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본교를 졸업한 학생들 대다수가 대학진학 및 기술자격증을 취득하여 당당히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았고, 모범적인 군대 복무 및 기업인으로 상공인으로, 인기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첫째,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성화 교육과 인성교육의 초점을 맞추어 살아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인문계 교육과정에 준하면서도 조리학과(한식, 양식, 일식, 중식, 전통요리)와 골프학과 외국어학과(영어, 일어, 중국어) 등 시대적 상황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탄력성있게 운영하여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젊은 끼를 발휘시키기 위해 결성된 춤 동아리를 바탕으로 ‘전국 청소년 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청소년 놀이문화 육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학교 폭력 및 청소년 폭력 예방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하는 미술 전시회를 비롯하여 폭력·약물·금연·사이버 범죄예방을 주제로 하는 형사모의재판을 10여 차례 개최했다. 그리하여 폭력이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기회를 서울시 전체 청소년들에게 제공하였다.
셋째, 본교의 학생들을 지속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이 사회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여름방학 때마다 국립묘지 무연고자 묘지 주변의 잡초제거 봉사활동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여의도 공원과 서울역 주변에서 바닥의 검 긁기 등의 실시하고 있다.
넷째, 학교 차원에서는 소년원을 방문하여 연고자 하나 없는 수용자들을 위문하고, 다시는 범죄의 길을 걷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선도 위원이 되어 보살피고 있으며, 강서거 방화동에 소재한 지체장애자 ‘샬롬의 집’을 10년간 명절 때마다 장애자들을 위한 위문 및 봉사활동을 교장인 나 자신을 비롯해 전 교직원이 실시하고 있다.
다섯째, 탈북 청소년들(새터민)의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탈북자 출신 선생님을 채용하여 적응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자유를 찾아 온 탈북 청소년들의 학교 및 사회에서의 적응을 돕고 있다. 현재 본교에는 10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에 재학 중에 있다.
여섯째, 본교는 여름 방학과 겨울방학을 통해 교장과 교사, 학생들이 가까운 군부대의 극기훈련에 참여하여 학생들에게 ‘안되면 되게 하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신을 단련시키고 있다.
일곱째, 명절 때마다 갈 곳이 없는 소년·소녀 가장과 결손 가정의 학생들을 교장선생님의 댁으로 초대하여 작은 정성이지만 명절 음식을 나누어 먹고, 새배돈을 주는 등 이 사회가 그래도 따뜻한 곳이 있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본교는 가난으로 찢겨지고 우리 사회에서 도태된 청소년들을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용광로와 같은 곳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용광로의 붉디 붉은 기운에 때론 얼굴이 상기되기도, 붉게 물들기도 하지만 전 교직원은 새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호 육성하는 데에 긍지를 가지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하루해가 짧고 1년이 언제 갔는지 되돌아보면 늘어나는 것은 나이 숫자만 보태지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요 최선을 다할 때만이 결과는 보람, 자랑 등이 온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