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새로운 정치문화를 기대한다
새봄 새로운 정치문화를 기대한다
  • 시정일보
  • 승인 2006.03.23 15:15
  • 댓글 0


화창한 봄날이 삶의 희망을 일깨우고 있다. 모든 생물이 경이로운 생명의 존엄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계절이 찾아왔다.
이처럼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들에게도 새로운 생명의 계절을 선물하건만, 정작 그 고마움을 깨닫고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감성으로 봄을 맞이하는 우리네 평범한 부류의 인간들로서는, 우주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오묘하고도 깊은 뜻을 헤아릴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어쨌거나 봄은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하고 을씨년스럽던 대도시 서울에도 어김없이 봄빛이 완연하다. 거리의 여인들 옷차림도 두터운 외투를 찾아볼 수 없고 화사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유독 차가운 바람이 가시지 않는 곳이 있으니 이른바 정계의 현실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게임과 그로 인한 국무총리직 사퇴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가 일부 언론의 톱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명박 시장의 테니스 건이 과연 이처럼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인지 의심스럽다. 시장도 사람이기에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더욱이 해외나 서울이 아닌 타 지역을 찾아가 허세를 부린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사용료를 제때에 지불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시장의 불찰이 인정되지만, 그것도 이미 해결했을 뿐 아니라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마당에 여당과 일부 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의도는 순수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처신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이번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우를 보면서 한번의 허물이 백번의 칭송을 가리운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상기하게 된다. 가난한 서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학교를 다녀야 했고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까지 겪은 그가 대기업의 신화를 창조하면서 오늘의 서울시장이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역정을 아는 사람들로서는 이번 테니스 건으로 맞는 혹독한 매를 애석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분명 어느 서울시장보다 뛰어난 행정력을 보여 주었다. 전 국민이 환호한 청계천의 복원사업이나 서울 교통행정의 체계화는 외국에서도 본받으려 하는 업적이다. 그럼에도 단 한번의 실책이 모든 업적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가는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오직 승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의와 순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내년 대선에 사활을 건 정치권의 물밑 신경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테니스 건도 인기도가 상승하고 있는 대선주자의 기를 꺾어보자는 계산이 깔린 치졸한 술수의 하나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대선주자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박근혜 한나라당 총재, 그리고 정몽준 의원까지 문제의 남산테니스장을 이용했다는 말 같지 않은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테니스장에 간 것이 문제라면, 배고파 식당에 가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봄이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이제 우리 정치권도 새롭고 건전한 정치문화를 꽃피웠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