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재건축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06.05.25 15:49
  • 댓글 0

“무조건 안돼” 보다 ‘계획적 규제’ 필요
▲ 전체 아파트 공급물량 중 재건축 비중이 36%를 넘어설 만큼 재건축 시장이 광범위화돼가고 있는 가운데 (사)한국주거환경학회는 최근 춘계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각종 규제로 인해 더 어려워진 재건축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정부에 합리적인 조정과 대안 마련을 촉구했

노후화로 불량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순기능을 가진 재건축. 그러나 부동산투기를 유발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서울은 이미 새 택지개발은 엄두도 못 낼 만큼 개발할 곳은 이미 개발해 신규 택지 공급이 불가한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존 건물의 재건축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와 관련해 재건축의 역기능을 최대한 줄이면서 순기능을 강화하는 방안과 이를 위한 정책마련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토의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자리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주택시장 불안요인 지목은 부당

(사)한국주거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재건축제도 합리적 조정 필요” 한목소리

(사)한국주거환경학회(회장 최재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재건축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신상화 진주국제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는 학회장의 개회사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신한 장석효 행정2부시장의 간단한 축사 후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 주제발표에서는 최막중 서울대 교수가 ▲재건축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상생의 재건축: 규제주의 대 시장주의의 대립을 넘어를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섰다.
최재범 회장은 개회사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재건축시장의 전망은 어둡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현재 전체 아파트 건설 물량 중 36%가 재건축이고, 서울지역은 전체 아파트 공급량의 52%(2003년)에 달할 정도로 재건축의 비중이 높은데도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이익 규모에 따라 개발부담금을 5단계로 나누어 누진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30대책과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기반시설부담금 인상 등의 규제로 인해 재건축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서울 도심 내 건축물의 노후화와 신규 택지공급의 한계로 인한 공급상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라도 재건축제도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함을 거듭 역설했다.
2부 종합토론에서는 페널당 10분 내외의 발표시간이 주어졌으며 김용창 세종대 교수, 김진수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회장,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 이상일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 이창무 한양대 교수, 허 영 서울시 주택국장 등이 페널로 참가했다.
한국주거환경학회는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주택의 상품화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가속, 급속한 고령화 진행에 따른 노인 주거문제의 사회문제화 등의 현상 속에서 주거의 법리적인 면의 재산권과 거주복지적 면의 거주권, 양 측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산학협동 및 회원간, 국제간의 협력 하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창출할 목적으로 창립됐다.
柳銀英 기자 /apple@sijung.co.kr



난개발 두려워 재건축 막아서야
용적률 등 토지이용규제 ‘합리적으로’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는 주택이 공공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주택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성을 지닌 공공재가 아니다. 비경합성이란 재화에 대한 소비가 추가적으로 증가하더라도 재화의 추가적인 공급에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소비자들간에 경합없이 얼마든지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그러나 한 가구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이 하나의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므로 결코 비경합성의 특성이 없다. 또 주택은 대문만 걸어 잠그면 기술적으로 특정 소비자를 얼마든지 주거서비스의 소비로부터 배제시킬 수 있으므로 비배제성의 특성 또한 없다. 다만 주택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이를 적정 수준 소비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가치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도 공공재가 아닌 가치재의 관점에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재건축도 대가를 지불해 얻는 합리적 경제행위의 하나로 도덕적으로 비난할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건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난개발’에서 비롯되는데 이 문제는 용적률 등 토지이용규제를 포함한 ‘계획 규제’가 담당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난개발을 이유로 재건축 행위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 토지이용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토지이용규제를 통해 아예 차단하거나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경제주체가 기반시설부담금 등을 통해 직접 그 비용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비용과 사적 비용간의 괴리를 해소해 외부효과를 내재화하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기반시설부담금을 용적률 등에 대한 토지이용규제와 중복해 적용해서는 안 된다. 토지이용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주체에게 기반시설 설치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반시설부담금의 도입은 이에 상응하는 용적률 등 계획규제의 완화를 전제하지 않는 한 정당화하기 힘들다.
재건축 행위 그 자체를 규제하는 ‘개발규제’는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자원낭비라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건축경과년수 및 안전진단 규정을 통해 재건축 시점을 규제하려는 당위성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재건축 시점에 대한 선택은 사유재산제가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이자 소비자 선택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므로 ‘편익’은 고려하지 않고 ‘비용’만 문제삼으면 안 된다. 도시개발 관련 각종 규제는 개발행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그 근본목적과 존재의의가 있으므로 이러한 제도가 개발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이는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처사이다.
또한 3·30조치에 따른 가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과 관련, 이미 재건축에 대해 개발이익환수 조치로 임대주택의무비율제도가 도입돼 있는데 동일한 명목으로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건축에 일방적으로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는 처사이다. 재건축 개발이익은 어차피 추후 양도소득세를 통해 환수 가능함에도 미리 앞당겨 부담금 형식으로 징수할 필요는 없다. 재건축 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행위에 있어서 재산권을 공공에 귀속하는 개발권 공유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용적률 증가에 따른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수익성·공공성 조화 ‘급선무’
다양화·용적률 탄력적용 등 고려


우리나라의 재건축 제도는 현재 수익성 우선에서 공공성 우선으로 옮겨가는 와중에 있다.
재건축을 둘러싼 갈등은 수익성 대 공공성, 시장주의 대 규제주의 간 대립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생의 재건축이 필요한 때이다. 상생의 재건축은 수익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말한다.
재건축의 수익성과 공공성을 조화하는 제도 내지 장치는 크게 재건축계획과 규제수단(계획규제 및 개발규제) 두 가지이다. 계획규제를 통한 수익성과 공공성의 조화는 도정법 상의 규정을 잘 활용하면 되고 이행규제를 통한 조화는 최근에 제정된 재건축초과이익에 관한 환수법 상의 규정을 활용하면 된다.
개발이익환수제가 본격 가동돼 개발이익의 총량이 확인되면 이를 환수하는 방법들을 상호 대체하거나 보완해 사용하면 사업시행자의 자율성과 일정률의 수익성을 용이하게 보장해 주어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 의해 최대 50%까지 개발이익이 환수된다면 재건축사업 유형을 나누어 특정유형에 대해선 50%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의무를 부담금 납부로 대신하는 등의 방안을 제도화할 수 있다.
재건축의 수익성과 공공성은 재건축 종합계획의 수립을 통해 사전적으로 규정되고 예측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시행과정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에 선계획-후개발의 원칙이 지켜지면 지금까지 단기수요억제 중심의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중장기적인 틀 내에서 재건축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체계적인 방식을 강구해 본래의 목적인 도시환경정비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 방식의 다양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4가지의 방식이 있다.
첫째 현행 재건축방식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 둘째 일대일 재건축 방식의 도입, 셋째 민간주도 일괄매수 재건축방식 도입, 넷째 공공주도 일괄매수 재건축 방식의 도입이 그것이다.
공급확대와 수요분산은 어느 일방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어느 한쪽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이를 다른 부문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재건축 수익의 적정률 또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적정 수익률을 설정하면 재건축 조합은 처음부터 사업에서 기대되는 예상수익을 전제로 사업규모와 방식을 선택할 것이고 정부도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가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결정하는 핵심규제수단인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적용, 활용해야 한다.
용적률을 완화, 변경하려면 도시계획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용적률 문제를 도시관리를 위한 용적률 문제와 연계시켜 함께 논의하는 장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평형도 다양화하되 선택도 다양화해 지역여건 등을 감안해 현행 ‘300가구 이상일 때 18평 이하 20%, 25.7평 이하 40%, 25.7평 이상 40%’의 폭은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또한 재건축의 공공성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인 개발이익환수제의 합리적 기준과 방법 마련도 필요하다.
위헌의 문제부터 중복과세, 개발이익자체의 규정문제, 측정문제, 환수시기 및 방법의 문제, 제도의 악용 가능성 등의 산적한 문제 해결 뒤 개발사업 전반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