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 수요 억제정책 결코 성공할 수 없어
사설/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 수요 억제정책 결코 성공할 수 없어
  • 시정일보
  • 승인 2018.03.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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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아파트가 사실상 붕괴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앞으로 건물이 낡고 주차장이 좁아 살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힘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때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주거환경 비율을 40%에서 15%로, 시설노후도를 30%에서 25%로 그 비중을 하향조정 하는 등 구조적으로 위험해진 단지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주거의 구조안전성보다는 주거환경과 시설노후 정도에 따라 더 많은 가중치를 주던 현행 주거환경중심평가 시스템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낡아서 구조적 문제가 생긴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을 허용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된 제도이다.안전진단의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을 비롯 주거환경, 비용분석, 설비노후도 등으로 크게 정리되는데 그 중에서 구조안전성은 말 그대로 건물이 노후화로 인해 붕괴 등 구조적 위험이 있는지 살피는 항목으로 평가항목 중에서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으로 사실상 향후 재건축은 원천 봉쇄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규제에 묶일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운데 강남 3구 물량은 17% 정도에 불과하며 반면 현재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양천구나 노원구 등 그 밖의 애꿎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강남 집값에 집착해 실효성은 없고 삶의 질은 무시하는 정책들을 단편적으로 쏟아낸다면 부작용만 더 키울 뿐이다. 물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너무 수요 억제책에 초점이 맞춰진 초강력 특정지역 핀셋 규제는 당초의 뜻과는 상반되는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재건축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절벽이란 부작용이 생겨 되레 집값 급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집값 안정이 필요하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식은 곤란하며 거주민에겐 안전 못지않게 주거 편의성과 쾌적함도 중요하며 재건축은 원칙적으로 거주민 판단에 맡기는 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작금의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안전성 판단 권한을 사실상 국토부가 거둬들여 직접 통제하겠다고 하는 이번 조치는 어쩜 과잉 규제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제에도 역주행을 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결국 수요와 공급 원리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 일방적 수요 억제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