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청탁받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청렴하다 할 수 있어
시청앞/ 청탁받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청렴하다 할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18.03.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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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廉者寡恩(염자과은) 人則病之(인칙병지) 躬自厚而薄責於人(궁자후이박책어인) 斯可矣(사가의). 干囑不行焉(간촉불행언) 可謂廉矣(가위염의).

이 말은 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 ‘청렴한 사람은 은혜가 적은데 사람들은 이를 병이라고 한다. 책임은 자기가 많이 지고 다른 사람에게는 덜 지우는 것이 좋다. 청탁받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청렴하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속과 노비들은 배운 게 없이 무식하며 욕심만 있고 천리를 모른다. 나도 아직 배움에 힘써야 하거늘 어찌 남을 책하리오. 나 자신은 예로써 다듬고 다른 사람은 여론으로써 책하는 것이 원망을 사지 않는 길이다. 법에 정해진 이상으로 백성을 벌주는 것은 법이 엄금하는 바이며 그릇되게 이어 내려오는 폐습 중 늘 고정적으로 거둬들이는 恒祿(항록)은 많이 줄여 주어도 좋을 것이다. 상산록에는 ‘매양 보면 속된 관리들은 가난한 친구나 친척을 만나면 자기의 봉급중 남은 것을 베풀어 도와주려 하지 않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일거리를 구해 오게 해 그 청탁을 들어 주니 이는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해 내 친척을 구하는 것이다. 그 친척은 돌아갈 때 호주머니가 두둑해 칭송을 할지는 모르나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쓰여있다.

작금에 들어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전격 사임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만 해도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의혹과 달리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감원 내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규명에 들어갈 것”이라며 자체 조사를 통한 해명 의욕을 보였다. 이 사건은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던 금융감독원장이 대학 동기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얘길 듣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 지원자의 이름을 건넸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사회의 채용비리가 현직 금융감독 수장까지 연루된 의혹으로 물러나는 현실을 보며 우리는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다. 앞으로는 공채를 공표하고 뒤로는 채용비리를 일삼는다면 이는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들을 속이는 사기이다. 금감원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것은 법리적으로 채용비리에 연루됐는지의 문제에 앞서 금감원장이라는 자리의 덕목은 무엇보다 도덕성이 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 고위층의 채용청탁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로 연루자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