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가스도 끊긴 낡은 집, 추위보다 삶에 지친 모습
전기도 가스도 끊긴 낡은 집, 추위보다 삶에 지친 모습
  • 주현태
  • 승인 2018.03.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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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조정익 복지플래너 “어려울 땐 찾아주세요”
조정익 복지플래너
조정익 복지플래너

[시정일보]

실제 사는 곳과 주소지 달라

위기가구 발굴에 어려움

처음엔 공무원 도움 거절,

지속적 방문에

어르신 마음의 문 열려

10년간 체납된 가스비 해결

고장난 보일러 교체 ‘난방 가동’

주거환경 개선, 건강프로그램 연계

 

[시정일보]한남동에서 들려온 훈훈한 소식이 용산구 주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한남동 주민센터 복지팀 조정익 복지플래너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을 주변 복지 시설과 연계하고 용산구의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도움을 준 것.

조정익 주무관은 “김상인(가명ㆍ78세) 어르신의 소식을 접하고 가정에 방문했을 때, 노크를 하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지도를 다시 보고 주소를 다시 확인했지만 오래된 빈집이었고, 인적이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 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어르신은 자신을 찾는 큰 소리에 집 밖에 나왔는데, 주소지로 등록된 집에서 두 집 떨어져있는 건물이었다.

조 주무관이 방문한 김 어르신의 방은 낡고 오래된 집으로, 방 한칸에 조그만 세면 공간이 다였다. 전기도 고장나서 화장실 LED 등 하나로 방을 밝히고 있었다.

보일러도 고장난지가 10여년이 넘었으며, 가스요금 32만7000원이 10년 전부터 체납돼 있어 보일러를 고치더라도 난방을 사용할 수 없었다.

“김 어르신이 10년간 보일러 사용을 안했다는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었다”는 조 주무관은 민ㆍ관의 복지사업 및 도움을 어르신에게 연계시키고자 팔을 걷어 붙였다.

먼저 조 주무관은 어르신에게 주소지가 정확하게 맞지 않으니 전입신고부터 새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주민등록 주소지를 실제로 살고 있는 주소지로 고쳤다.

이후 용산구청 희망복지팀의 ‘행복한 방만들기’ 사업과 연계해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모자란 교체비용 11만5000원을 서울형 긴급지원으로 충당했다.

또한 10년 전에 체납된 가스요금을 용산구청의 ‘따뜻한 겨울나기 긴급생계급여’를 연계해 납부했다.

조 주무관은 “처음 김 어르신이 무덤덤한 말투로 경계하고 도움을 거절했을 때는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진심을 다해 다가가니, 이제는 표정도 풍부해지시고 찾아뵈면 친할아버지처럼 반겨주신다”고며 할아버지의 달리진 모습을 소개했다.

이어 “특히 공무원의 도움을 거절했던 어르신에게 ‘1:1결연사업’을 제의했을 때 어르신이 흔쾌히 허락했다”며 “김 어르신의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좋게 개선된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하며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1:1결연사업은 용산구청 관계자가 홀몸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챙기고 말벗이 돼드리는 사업이다.

또 어르신의 쓸쓸한 생활이 신경쓰인 조정익 주무관은 올해부터 시작하는 한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건강100세 프로그램’에도 어르신의 참여를 이끌었다.

조정익 주무관은 “저뿐만 아니라 한남동 주민센터 복지팀 모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민들을 발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르신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준 동장은 “한남동 주민센터는 건강이 좋지 않고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방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며 “민감하게 받아들여 도움을 거절하지 마시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든지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