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제도 개혁, 지금이 적기
기자수첩/ 선거제도 개혁, 지금이 적기
  • 이승열
  • 승인 2018.07.19 12:44
  • 댓글 0

 

[시정일보]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92.73%)을 가져갔다. 자유한국당은 6석(5.45%),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각 1석(각 0.9%)에 그쳤다.

그런데 정당득표율대로라면 그 결과는 달라져야 했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 자유한국당은 25.24%,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각각 11.48%와 9.69%를 얻었다. 이 비율대로 따지자면 더불어민주당 56석, 자유한국당은 27석, 바른미래당은 12석, 정의당은 11석 정도를 얻어야 했다.

광역의회 의원선거는 지역구에서 1명씩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통해 지역구의석으로 90%를 채우고 10%는 병립형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 결과는 비례성을 무시하는 이 같은 소선거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국민의 표심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자는 지난 5월10일자 창간특집호(1423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획기사를 쓴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와 정당 투표를 연동해 각 정당의 지지율에 부합하게끔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이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 하고, 인물과 지역이 아닌, 이념과 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를 이끌어 낸다. 특히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대리인이 원내에 진입해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아닌, 토론과 설득을 기반으로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이번 6·13 지방선거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하는 개헌 요구가 야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의 태도 변화는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소선거구제 승자독식의 폐해를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는 뜻이다.

반면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속내가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2년 뒤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는데 굳이 나서서 문제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지금까지 당론이었기 때문에 결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해 반감이 있는 국민을 설득하는 일일 수도 있다.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회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최근 문제가 불거진 특수활동비도 투명하게 그 내역을 공개하고 폐지를 다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