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가 떠나보낸 한 정치인
기자수첩/ 우리가 떠나보낸 한 정치인
  • 유주영
  • 승인 2018.07.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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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영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찌는 듯한 더위에 모기마저 기세를 잃었다는 어느 월요일 아침, 한 정치인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진보 정치계의 ‘스타’라는 그는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그런 존재였다. 일찌기 노동운동을 하며 정치계에 입문해 약자의 편에 서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는 대중과 함께 웃고 울며 서민의 언어로 촌철살인의 비유로 기존 정치판을 꼬집던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달변가였다.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자신이 첼로를 거칠게나마 연주하던 낭만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동창이 건넨 돈 4000만원을 옳지 못하게 받았다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것이다.

황망하다 못해 말문이 막히는 사건이었다.

혹자는 천문학적인 돈을 받아먹고도 뻔뻔하게 잘 살아가는 정치인들도 많은데, 그야말로 너무 ‘진보’의 결벽증이 강했던 것이 아닌가하고 말한다. 혹자는 집권여당을 끌어내리려 특검 자충수를 둔 진보정당을 탓하기도 한다. 현역 의원에게만 유리한 정치자금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그를 떠나보낸 것은 검찰의 조여오는 수사망도, 그만의 지나친 양심도 아닌 우리 모두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부 정치 세력들은 대중들의 ‘정치 무관심’을 조장한다. 그래야 그들이 원하는대로 그들 밥그릇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세력들이 조장한 ‘정치 무관심’, ‘정치 냉소’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정치 이슈, 정치인에 관심을 끊는 것이 마치 ‘쿨함’인양 살아간다.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지”하며 개인의 일상에 함몰되는 사이에 우리 삶은 우리 뜻과 상관없이 흘러가 버린다.

혹여 우리 삶을 바꾸는 정치, 정치인이 만드는 법안에 목소리를 낸다거나 정치후원금을 내는 일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연말정산이 되는 돈 10만원을 정치인에게 후원하기 아까워했던 것은 아닐까. 세상을 저버린 그가 만든 법안에 혜택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한번 더 따뜻한 손길을 주기는 귀찮아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와 후회한다고 그의 풍자와 은유를 다시 들을 수 있을 수는 없겠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은 없기를 바란다면, 지금 나부터 달라지자. 내 삶을 바꾸는 정치에 나부터 관심을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