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도적이라 해
시청앞/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도적이라 해
  • 시정일보
  • 승인 2018.12.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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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牧之不淸(목지불청) 民指爲盜(민지위도) 閭里所過(여리소과) 醜罵以騰(추매이등) 亦足差也(역족차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 하며 도적이라 하고 마을을 지나게 되면 추하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끓을 것이니 이 또한 수치스런 노릇’이라는 의미이다.

정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리가 한 도적을 심문하는데 “네가 도적질 하던 상황을 말해보아라”고 하자 도적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무엇을 도적이라 하나이까”하고 물었다. 관리가 다시 “네가 도적이면서 그것을 모르느냐. 남의 궤짝을 열어 재물을 훔치는 것이 도둑이니라”라고 말하자 도적이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내가 어찌 도적일 수가 있겠습니까. 당신 같은 관리가 진짜 도적입니다. 유생이라는 분들은 과거시험 문제의 답안인 帖括(첩괄)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구제를 생각하거나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밤낮으로 권력을 손에 넣어 큰 이득을 취하려 하니 아비와 스승이 가르치는 것이나 벗에게서 배우는 것도 도적질을 익히는 일 뿐입니다. 관복을 입고 수판을 들고 높은 자리에 당당히 앉으면 아전들이 열을 지어 늘어서고 하인들이 아래서 옹위하니 그 존엄함이 마치 天帝(천제)와 같습니다. 벼슬은 이를 따라 나오고 정사는 뇌물로써 이루어지니 한나라의 협객 원섭이나 곽해같은 토호가 대낮에 살인을 하여도 뇌물꾸러미 하나만 들어가면 법률은 온데간데 없고 황금에 권력이 있으니 다시 풀려나와 거리를 활개치고 다닙니다. 천하에 이보다 더 큰 도적이 어디에 있겠소.” 이에 그의 죄를 문초하던 관리는 그 도적을 즉시 풀어주었다고 한다.

작금에 들어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데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하라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 내년도 세비는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를 적용 올해 1억290만원보다 182만원 증가한 1억472만원으로 늘어나게 됐으며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하면 총 보수는 1억5176만원이 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동결된 국회의원 세비를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인상함으로서 2년 연속 인상하게 됐다. 밀실에서 예산을 졸속 심의하면서 제 밥그릇은 국민들이야 죽든 말든 알뜰히 챙긴 꼴이 됐다.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 삭감에는 기를 쓰고 자신들의 이익과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하나라도 더 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 하며 도적이라 하고 마을을 지나게 되면 추하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끓을 것이니 이 또한 수치스런 노릇이라는 목민심서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