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분별한 무기명투표 관행, 유권자 알권리 막아
기자수첩/ 무분별한 무기명투표 관행, 유권자 알권리 막아
  • 이승열
  • 승인 2018.12.13 14:11
  • 댓글 0

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시민단체 연대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지방의회, 찬반 의원이 누군지 알 수 없다 - 지방의회 무기명투표 등 무기록 표결 현황 및 개선 제안>이라는 정책자료를 냈다.

이번 정책자료는 지방의회가 징계안이나 인사 관련 안건이 아닌, 정책안건에 대한 표결에서도 무분별하게 무기명투표를 실시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법과 지방의회 회의규칙에서는 이익단체나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무기명투표 등 무기록 표결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에서는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각종 선거 △인사에 관한 안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등에 대해서만 무기명투표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법률안이나 예산안, 결의안, 동의안 등은 의장의 제안 또는 의원의 동의가 있으면 본회의 의결(과반수 이상 찬성)을 거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할 수 있지만, 실제로 무기명 투표로 표결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중요시하는 관행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의회에서는 조례안 등에 대해 찬반 의견이 나뉘었을 때 무기명투표를 관행적으로 반복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출입하는 자치구의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조례안 등을 처리하는 경우 표결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조율을 거쳐 합의에 이른 상태로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의장이 안건에 대한 이의 유무를 의원들에게 묻고, 이의가 없을 경우 가결된 것으로 보고 그대로 통과시킨다. 드물게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찬반토론을 진행하고 표결에 부치는데, 이 경우 대부분의 의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진행한다. 지금은 대개 전자투표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서 거수투표 또는 기립투표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 전자투표 현황판에는 찬성, 반대, 기권의 숫자만 표시된다. 속기록 역시 이 숫자만 남게 된다. 만약 거수투표나 기립투표를 하는 경우에도 실제 찬반 의원의 이름을 속기록에 기록하지 않는 경우 무기명 투표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

무기명투표는 특정 안건에 대해 어떤 의원들이 찬성 또는 반대했는지 알 수 없어, 유권자가 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확인할 수 없게 하고, 더 나아가 의원에 대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지방의회도 의장·위원장 선거나 인사 안건이 아닌 경우 무기명투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국회와 같이 의회 누리집에 ‘본회의 표결정보’ 메뉴를 신설해, 안건의 찬성, 반대, 기권 의원 숫자와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