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정칼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8.1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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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누구나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의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뿌듯함과 정초에 세웠던 계획이나 소망이 얼마나 이루어졌나 돌아보게 된다. 제대로 이루지 못한 계획, 뜻밖에 겪었던 아픔이나 고난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워하고,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나 좋은 일에 대해서는 뿌듯해 한다.

그리고는 다시 다가오는 한 해의 소원이나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이렇듯 대부분은 늘 같은 날 같지만 송구영신이란 말처럼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접어 역사의 뒤편으로 넘기고 새로운 1년의 역사를 쓰기 위한 각오와 다짐을 하며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우리네 삶은 참으로 할 일은 많은데 인생은 너무 짧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리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2018년에도 목표를 가지고 땀방울 흘리며 열심히 뛰고 달려왔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바람처럼 빠르게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유래 없는 취업난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구직자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다사다망(多事多忙)이라고 밝혔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 한 해를 보낸 현대인의 고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악화까지 겹친 자영업자들의 사자성어는 노이무공(勞而無功). 수고를 많이 했으나 아무 공(功)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애를 썼어도 성과 없이 근심만 커져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올해는 역사 속에서 어떤 해로 평가될 것인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남과 북, 북과 미 정상의 만남 등 굵직한 뉴스가 많았던 2018년은 어떤 사자성어를 발표할지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 삶이 더 나아지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출범했던 문 대통령은 불공평, 불공정, 부정의라는 비판과 항거에 직면해 있다. 심히 걱정된다.

요즈음 사람들은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래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서 경제위기라는 말이 자취를 감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요즈음처럼 많이 입에 오르내리던 때도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때를 만난 듯 당장이라도 나라 경제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다.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듯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그리 되기를 원하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경제를 가리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단언한 사람도 있지만, 그게 어찌 경제 문제뿐일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무너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이루지 못한다.

기해년(황금돼지띠)에는 세상의 물질적인 욕망들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도덕적 욕망을 추구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의무감으로 행하는 가식에서 벗어나 좀 더 나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서, 가능한 서두르지 않고 매순간의 삶을 음미하며 실존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해인 시인은 <한해를 보내면서 올리는 기도>에서 끝마무리를 이렇게 말한다.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중략) 새해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시(詩)속에 나의 마음이 묻어있는 느낌은 왜일까? 아직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나 자신이 어디쯤 와있는지 종착역은 어떻게 도착하여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 이 순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