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찰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사설/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찰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1.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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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청와대 특감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장 지시로 특감반원들이 전국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 현황을 파일로 작성했고 특감반원들이 이들이 어떤 당 출신인지, 보수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지 등 정치성향 분석과 세평 조사를 했다고 주장, 전 정권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블랙리스트 망령의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적감찰을 벌였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동향 문건에는 산하 8개 공공기관 간부 21명의 이름과 임기, 사표 제출 여부와 반발 여부가 기재돼 있다. 사퇴 압력에 반발하는 임원이 야당 출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가 하면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내부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전 정권의 도움으로 임명됐지만 지금은 여권과의 친분을 주장하는 인사가 있다는 등의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환경부는 문건의 작성 사실을 부인해오다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관실에서 작성했다고 말을 바꿨다.

환경부 사례를 보면 다른 정부기관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이에 야당은 정부가 과거 정권 인사를 솎아내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증거라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문건 생산 당시 환경부 관계자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는 등 대정부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며 전 부처 실태 파악을 위한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누구도 그런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개인적 일탈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했다. 이 말씀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만약 특감반원들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과 공공기관 임원을 불법 사찰하고 그게 청와대가 해명한 것처럼 개인적 일탈 수준을 벗어났다면 이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함께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정권의 도덕성이 걸린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전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비판하고 정권 창출의 명분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만의 하나라도 이 같은 행보를 했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과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한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규명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