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 모두 역사의 우등생이 되자
특별기고/ 우리 모두 역사의 우등생이 되자
  • 장석영(시인 겸 수필가)
  • 승인 2019.03.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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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시인 겸 수필가)

 (3ㆍ17서울민주의거 59주년을 맞으며)

[시정일보]‘서울’은 ‘큰 도시’ 또는 ‘새로운 도시’라는 뜻이 담겨 있는 순수 우리말이다. 나라의 중심 도시, 즉 도읍지라는 뜻이다. 경주의 옛 이름인 ‘서라벌’,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는 소부리라고 했는데 이들 단어에서 서울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고 한다.

서울은 어느 도시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다. 서울은 백제 건국 초기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수도로 등장했고, 그로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은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그리고 통일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러 서울은 다시 한반도의 수도로 자리 잡으며 역사의 중심에 섰다.

17세기 후반 임진왜란 등의 커다란 변화를 경험한 서울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 근대화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식 수도가 되었다. 그 뒤 6ㆍ25전쟁의 시련을 겪었지만 수많은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세계적인 행사를 훌륭하게 치르면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한 서울 속에는 한국혼(韓國魂)이 서려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서울 강북구 수유리 숲 속에 자리한 4.19 묘역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용감한 사자(獅子)들의 애국혼(愛國魂)이 쉬고 있는 곳이다.

1960년 4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민주주의 혁명을 우리는 ‘4ㆍ19혁명’이라 부른다. 혁명의 원인은 간단했다. 같은 해 3월15일에 실시한 정ㆍ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전국에서는 투표가 실시되기 전부터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여론이 비등했고, 지방에서 불법선거와 경찰의 반민주적이고 억압적인 행위에 항의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투표가 있은 지 이틀 뒤 서울에서는 성남고교 2ㆍ3학년 학생 400여명이 3ㆍ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당시 자유당의 부정선거는 이 땅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했다. 성남고교생들의 시위는 이 나라에 민주화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사건인 4ㆍ19혁명으로 이어졌다. 온 국민들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인 3월17일 아침 성남고교생들은 분연히 일어나 4ㆍ19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던 것이다.

‘3ㆍ17서울민주의거’는 수도 서울에서는 최초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시위였다. 그 때 막 고3학생이 된 필자는 다른 학우들과 함께 도보로 집결지로 달려가 시위에 가담했다. 이날 우리들은 책가방을 학교교실에 던져놓고 맨몸으로 삼삼오오 옛 영등포구청 앞 로터리로 모여들었다.

우리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영등포역 앞으로 행진하면서 “3ㆍ15 부정선거 다시 하라”, “독재정권 물러가라”, “백만 학도여, 총궐기하자”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경찰은 우리들이 물러서지 않자 곤봉과 총 개머리판으로 구타하며 강제 해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필자를 비롯해 시위대 맨 앞에 섰던 학우 100여명이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돼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학교장이신 김석원 장군의 보증으로 훈방되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다. 결국 시민들은 4ㆍ19의거를 일으켰고, 자유당 정권은 처참한 말로를 걸어야 했다. 우리들의 시위는 교훈인 ‘의(義)에 살고 의(義)에 죽자’는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 날의 기개(氣槪)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3ㆍ17 서울민주의거’는 내 평생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서양학자 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으로써 역사학을 논할 때나 어울리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들이다. 그 문제들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우리가 풀지 않을 수 없는 과제다.

오늘날 한국의 역사는 이 민족의 십자가다. 남이 결코 짊어줄 수 없는 짐이다. 민족통일이라는 숙제, 자유민주주의의 건설이라는 숙제, 부강한 국가건설이라는 숙제 등 많은 어려운 역사의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선열들의 애국 애족정신을 배우고 익혀 실천해 나가야 한다. 며칠 있으면 ‘3ㆍ17서울민주의거’ 제59주년을 맞는다. 이 날을 되새겨 우리 모두 역사의 우등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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