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근본을 잃지 말아야
시청앞/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근본을 잃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3.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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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不知心體瑩然(부지심체형연)하여 本來不失(본래부실)하면 卽無寸功隻字(즉무촌공척자)라도 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하여 근본을 잃지 않으면 비록 공로가 없고 배운 것이 없더라도 스스로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에라스무스는 그의 저서 <우신예찬>에서 사람이란 값어치가 없으면 없는 만큼 자만이 강하고 뻔뻔스러우며 차츰 오만해지고 차츰 뻐긴다고 했다. 자만심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막다른 길이 아닐 수 없다.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그런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일찌감치 그의 몸과 마음으로 깔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 보고 듣고 해 자신을 이루지 말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밝게 해 그 빛으로 바깥을 비추며 자기 자신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작금에 들어 모 가수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는가 하면, 영남·충청권 모텔 30곳 42개 객실에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803회에 걸친 실시간 생중계로 피해자만도 1600여명에 달하는 범죄가담 일당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실제 몰카 불법 촬영해 유포한 범죄 피의자 중 구속 수사를 받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지난해 이 같은 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은 5437명 가운데 구속된 이는 겨우 2.2%인 119명에 불과했다. 실제 재판에 넘겨진다 해도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작금에 몰카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 이번 기회에 강력한 처벌로 엄단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조사한 범죄 판례 분석에 따르면 몰카 범죄 재범률이 53.8%로 그 재범률이 타 강력범죄보다 최대 10배나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인식이 변화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며 몰카를 찍는 것은 물론 소지하고 유포한 행위를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몰카 범죄의 뿌리를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