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편리함 주는 ‘바포레토’ 골목에서 느끼는 베네치아의 멋
낭만과 편리함 주는 ‘바포레토’ 골목에서 느끼는 베네치아의 멋
  • 시정일보
  • 승인 2007.02.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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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기행2-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였다. 118개의 크고 작은 섬 이 400여개의 다리로 신경망처럼 연결돼 있었다. 섬(島)들이 모여 만든 베네치아는 자동차가 필요없다. 차가 다닐 만한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오히려 베네치아를 연평균 27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동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 놓고 여유를 부리며 다녔다.



베네치아를 찾은 건 작년 12월29일. 전날 밤 악몽 같았던 짙은 안개는 많이 약해졌다. 여전히 안개가 끼었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이 정도면 날씨가 좋은 축이라고 한다. 베네치아 여정의 출발지인 St.루치아역 앞 수상버스 정류장인 페로비아에서 수상버스 ‘바포레토(Vaporetto)'를 탔다.
이 곳 사람들은 배를 버스로 부른다. 100명에서 최대 150명까지 탈 수 있는 바포레토는 꽤 붐볐다. 연말휴가 때문이었다. 1회 이용권은 5유로, 24시간짜리 1일 이용권은 12유로를 받는다. 메트로나 버스처럼 바포레토 역시 승차권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대신 승차 전 노란색 직사각형의 개찰기에 승차권을 삽입, 승차확인을 받아야 한다. 일종의 바우처(Voucher)이다. 무임승차도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적발되면 약 5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바포레토는 10분마다 다닌다. 별 불편함은 없다. 파두바에서 베네치아로 출근하는 26살의 마누엘 파니존(Manuel Panizzon)씨는 “자동차처럼 체증이 없어 막히지 않아 편리하다”면서 “볼거리도 많고 운치도 있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의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와 수상택시, 곤돌라 등 3가지다. 작은 모터보트인 수상택시는 10명까지 태울 수 있고 7명을 넘으면 개인요금이 추가된다. 요금은 7분까지 15유로이고 15초마다 0.3유로를 더 받는다. 또 휴일이나 야간에는 할증도 붙는다. 베네치아의 상징인 곤돌라(Gondola)는 약 1시간에 100유로(한국 돈으로 12만5000원 상당) 정도로 무척 비싼 편이다. 물론 우리 도로처럼 바닷길에도 속도제한이 있었고, 오가는 방향에 따라 제한속도가 달랐다.
베네치아는 골목이 많았다. 미로 같았다. 처음 가는 사람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118개의 섬을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했으니 일견 당연하다.
골목에서는, 그러나 잠시 길을 잃어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여의도 3.5배 정도에 불과한 베네치아는 골목마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어른 2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이 좁은 골목은 친근함을 줬다. 개발이라는 명분아래 골목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추억을 떠올릴 만 했다. 골목마다 똬리 틀 듯 자리 잡은 특산품가게들도 골목을 다니는 재미를 더했다.
리알토 다리 주변은 찾는 사람만큼 상점이 밀집해 있었다. 이 다리는 14C 나무로 지어진 가장 오래된 다리로 붕괴된 후 1524년 경 대리석으로 다시 만들었다. 다리 위에 상점이 있는 것은 피렌체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같았다. 9C경부터 영업을 시작해 온 어시장도 이목을 끌만했다. 가면은 베네치아의 또 다른 상징이다. 1유로부터 수백 유로까지 할 정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면을 제작하고 있는 예순 가까운 아주머니 모습. 전등 빛을 받아 더 밝게 빛났다.
또 집의 벽면이 천연색인 부라노 섬의 레이스, 우라노 섬의 유리세공제품도 특별했다. 특히 우라노 섬의 유리제품은 베네치아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일단 가면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앙증맞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특산품마저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결국 이런 재주가 10C부터 15C까지 번영했던 토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에서는 한국과 달리, 똑같은 상품을 파는 가게가 없었다.
베네치아 = 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