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외교문제는 진영논리 떠나 철저한 국익차원에서 해야
사설/ 국가 외교문제는 진영논리 떠나 철저한 국익차원에서 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5.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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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주미대사관 소속 고위급 외교관이 3급 국가기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야당 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 정상 간 대화는 양국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만 공개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방적으로 한 국가가 정보를 공개하거나 유출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신뢰에도 금이 가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현직 고위 외교관이 국회의원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밀을 건네주고 받아 이를 외부에 공개하며 정치 공세의 근거로 삼은 것은 우리 외교의 대외 신뢰 상실과 기본을 무너뜨린 처사로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향후 과연 어느 국가가 우리나라 외교관을 믿고 외교 파트너로 협의나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을 런지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특히 통화 내용을 알려준 외교관이 그 누구보다 외교 기밀의 중요성을 잘 아는 베테랑 외교관이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관은 그 국가의 얼굴이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언행은 국가와 국가 간 한 나라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가 간 외교 문제는 어떤 진영 논리나 정당 간 당리당략이 아닌 철저한 국익 차원에서 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이 외교기밀을 무책임하게 공개한 행위에 대해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그 어떤 이유로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국 한건주의 폭로로 국익을 훼손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재외공관 중 가장 중요한 주미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야당 정치인에게 외교 기밀을 유출한 것은 외교관 한 명의 일탈로 볼 수 없는 어쩜 우리 외교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외교관의 고도의 직업윤리와 책임성을 훼손하며 본분을 어긴 명백한 비위 행위인 만큼 문제의 통화내용 유출 배경 등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인사 상 징계는 물론 사법적 책임도 엄중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금의 외교부 기강해이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데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을 경악케 한 회담장 구겨진 태극기 사건을 비롯 대통령 방문국 국명 오기, 폭언·갑질 대사, 성추행 사건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차제에 외교부는 기밀문서 관리 시스템을 즉각 점검해 청렴과 비밀 엄수 등 공직사회의 무너진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쇄신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