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떠한 경우라도 안보태세는 결코 빈틈이 없어야
사설/ 어떠한 경우라도 안보태세는 결코 빈틈이 없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6.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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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최근 북한 어선이 동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해 우리 주민에게 발견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삼척항에 접안한 이번 사건은 구멍뚫린 우리 안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들은 삼척 외항 방파제를 통과해 부두에 접안했고 오전 6시50분쯤 주민에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루한 인민복 차림을 이상히 여긴 주민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이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북한 선원 중 한 명은 뭍으로 올라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까지 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렇듯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지나 130㎞를 내려와 방파제에 정박할 때까지 우리 군과 해경이 전혀 북한 어선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또한 북한 소형 목선에 대한 민간인 신고로 처음 발견된 후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육군 제23사단장이 해군과 해경을 통합 지휘하는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이 구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맡고 있는 육군 제23사단에 상황이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유사시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규정 위배 등 해상경계의 허점과 국가 안보에 대한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것은 아닌지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번 사태가 어선이 아닌 북한군의 무장병력이 소형 함정을 이용 불순한 의도로 침투했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해군은 NLL 경계, 해경은 NLL 이남 민간 선박 감시, 육군은 일정 거리 이내의 해안 감시 활동 등 3중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지만 북한 어선의 우리 지역 항 접안을 탐지하지 못하고 감시망이 뚫린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계작전 실패를 전제한 발언으로 인식되며 사건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며 군사작전에서 경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군은 남북군사합의와 남북 해빙 무드에 편승해 기강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어떠한 경우라도 안보태세에는 결코 빈틈이 없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초동 단계에서부터 국방장관에 이르기까지 조사·보고·지휘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