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의정칼럼 / 지방의회, 갈등과 대립 아닌 화합의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자치의정칼럼 / 지방의회, 갈등과 대립 아닌 화합의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 신상균 양천구의회 의장
  • 승인 2019.07.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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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올해 양천구의회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회기가 없을 때마다 어린이·청소년 모의의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올해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모의의회를 개최하면서 양천구의회가 예전에 비해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가는 모습을 보면 3선 의원이자, 의장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안건에 대해 그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 나간다. 우리 학교를 위해, 우리 마을을 위해 어떤 것이 더 좋은 결정인지에 대해 자신의 주장에 논거를 하나씩 더해가며 다른 친구들을 설득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방의회의 현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1991년에 부활해 벌써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게 된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가장 가깝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구민의 대변자로 생활밀착형 조례 제·개정 등의 입법 활동과 집행부의 사무를 견제·감시하는 예산 심의 및 행정사무감사 등의 역할들은 지방자치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 집행과 지역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외부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보다 언론을 통해 불거진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과 선거 때마다 보이는 주민의 무관심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3선 의원으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최근 언론에 비춰진 지방의회의 모습에 주민들은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만들어 온 지방의회이지만 주민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지방의회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주민으로부터 신뢰와 관심을 회복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새로운 모습과 필요성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청렴하고 투명한 모습일 것이다. 해외연수의 경우, 단순 관광이 아닌 선진국의 성공적인 정책을 체험하고 견학하며 구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집행부의 인사나 예산편성 문제 역시 파벌이나 당리당략에 따른 의사결정이나 집행부와의 힘겨루기식 갈등조장이 아닌 오로지 민생을 위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지방의회를 모니터하는 시민단체도 늘어나고 있는데, 청렴한 의회를 만들어야 구민들도 의회를 믿고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지방의회가 선진의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민의 눈높이에 맞춘 수준 높은 의회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지방의회는 국회와는 다르다. 정치적인 갈등과 당론으로 좌우되는 결정이 아닌 주민을 대표하여 선출된 전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견과 갈등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지혜와 역량이 필요하다. 마치 어린이·청소년모의의회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즉 지방의회는 기존의 국회 정치판에서 보았던 당리당략에 따른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합의 정치문화를 조성해 가야 한다.

제8대 양천구의회 역시 지난 7대 때와는 달리 여·야당 구성원 수에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부터 운영이 쉽지 않았다. 양당의 갈등상황이 첨예화될수록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의장으로서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양천구의회는 물론, 지방의회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길 바란다. 갈등과 대립 관계로 대표되는 지방의회가 아닌,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일하는 화합의 정치문화를 보여주며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