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민의 약소금이 되기를
구로구민의 약소금이 되기를
  • 시정일보
  • 승인 2007.02.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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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 웅 구로구청장
재작년 5월 30일 오전에 구로동 101번지 구민회관 옆 공터에서 구의회 의사당 겸 문화예술회관 기공식이 있었다. 이날 기공식 현장은 오뉴월 땡볕이 쨍쨍 내려앉아 있어 솔개 그림자도 감사하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의사당과 문화예술회관이 복합되는 건물이어서 현장엔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 오뉴월 땡볕 속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모습을 대하니 송수권 시인의 시집 ‘꿈꾸는 섬’에 실려 있는 “소금”이란 제목의 시가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소금이고 싶다/저 바닷물을 다 퍼 올려서/오뉴월 땡볕에/땡땡 여물은 소금이고 싶다/싱거운 것을 짜게 하고/싱거운 삶을 짜게 하고/우리들의 독 속에 갇힌 자유/우리들의 독 속에 갇힌 1분의 평화/썩히지 않기 위해서라도/나는 소금이고 싶다/밤으로 먼 길을 쫓겨/발 부르터오는 자의 발가락에/진물을 거두어주는/할머니의 치마꼬리에 찬 약소금/나는 그 한 봉지의 소금이고 싶다.
오뉴월 땡볕이 땡땡 여물은 소금을 만들 듯이, 이 문화예술회관을 우리 구로의 소금이 되도록 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소금이란 시를 연상하게 했는지 모른다. 오뉴월 땡볕은 비단 소금만이 여물게 하지 않는다. 만물의 성장에 활력소가 되고 가을의 결실을 보장하기도 한다. 송수권의 시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소금은 싱겁고 무미건조한 삶을 조화롭게 하고, 독 속에 갇힌 자유와 평화를 썩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약소금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건립이 한창인 이 복합건물이 이토록 요긴하게 쓰이는 소금이 되도록 하고 싶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공연을 통해 주민의 가슴에 풍요로운 정서가 넘쳐 삶이 싱그럽고 활력이 넘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끼의 장이 되어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지역문화가 형성되고 지역문화인들의 예술적 기량이 더욱 향상되기를 바란다. 소금이 된다면 약소금이 되기를 바란다. 세파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도시민의 심신을 달래고, 생각하는 바가 달라 서로 등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 화합하는 장이 되는, 이곳을 우리 구로의 약소금이 되도록 하고 싶다. 금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회관 건립이 한창이다. 차츰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 회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2월 7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우리 구로가 주최가 되어 ‘2007 국제 전자 시민참여 포럼’이 개최됐다. 세계 37개국에서 이 포럼을 찾은 국내외 전자행정 분야의 석학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 속에서 IT기술과 행정의 조화로운 만남을 보며,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결부시켜야할 것인지 방향이 잡히는 것 같아 포럼 내내 몹시 흥분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포럼 둘째 날에 있은 세계 16개국에서 모인 25개 도시의 시장 등 대표들과 IT행정 정보를 함께 공유하자는 결의인 ‘구로선언’을 채택할 때는 그 흥분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도시 간의 상호 정보 교류를 통해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휄싱키선언에서 비롯된 국제도시연합(GCD)의 실천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구로선언, 이 역사적인 사건의 장을 구로가 열고 있다는 뿌듯한 감동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번 포럼과 구로선언이 구로에서 개최되지 않고 장충동에 소재한 신라호텔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국제행사를 수용할 만한 장소가 없었기에, 이 문화예술회관의 건립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곳 구로에서 “구로선언”을 채택했더라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되었을 텐데…하는 상념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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