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터민 모자의 죽음,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제대로 손질해야
사설/ 새터민 모자의 죽음,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제대로 손질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8.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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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서울 관악구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새터민 40대 여성과 6세 아들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들 모자가 살던 아파트에는 고춧가루 외에는 먹을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통장에는 지난 5월 마지막으로 3858원이 인출된 뒤 잔고가 0원으로 돼 있었으며 한 달 9만원인 월세와 수도요금이 수개월째 밀려 몇 달 전 단수 조치가 된 집 안에는 마실 물조차 없었다고 한다.

숨진 이 여성은 올해 초 남편과 이혼하면서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없고 매달 10만원씩 지급되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으로 버텨야 했지만 이마저도 아들이 6살이 되면서 아동수당조차 끊어져 더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모자는 새터민이기에 뚜렷한 연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교류조차 끊긴 채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 한 번 내밀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국가예산의 거의 3분의 1이 복지 예산인데도 불구하고 촘촘하지 못한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이렇게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서울 송파구에서 두 딸을 부양하던 연로한 어머니가 넘어져서 식당일을 하지 못하면서 수입이 끊어지자 병마와 신세를 비관해 반지하 월세방에서 두 딸과 함께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사건을 비롯 경기 동두천에서 30대 주부가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 마포구에서는 막노동하며 홀로 살던 60대가 100만원의 화장 비용을 남겨두고 고독사한 사건, 지난해 4월 발생한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 등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안타까운 고귀한 생명들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숨지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각 지자체나 위정자들은 입만 열면 복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허울뿐인 복지가 아닌가 싶다.

증평 모녀 사망 사건 이후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복지인력을 늘리고 명예 사회복지공무원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따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몰린 이들이나 새터민을 비롯 다문화가정, 틈새 계층 등을 위한 긴급복지제도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해 이러한 불상사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