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활동 유감
공무원 정치활동 유감
  • 시정일보
  • 승인 2004.04.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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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식 기자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섰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 스펙트럼과 3월12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의사에 따라 지지정당이 극명하게 갈리는 등 쟁투의 정도가 심한 것 같다. 여기에는 부모와 자녀, 친구와 동료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마치 해방공간 같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공무원단체의 정치활동선언이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라는 이 단체는 지난달 대의원대회를 열고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경찰이 이 단체의 집행부 긴급체포할 계획을 밝히자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잘못된 법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일부 지도부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싸우겠다”며 ‘옥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잘못된 법은 다름 아닌 ‘공무원의 탈정치’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제66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와 제58조 등을 말한다. 이들은 이 법이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리인 참정권에 배치되고 정당가입과 활동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와 기회균등을 위배한다고 강조한다. 또 공무원들도 공무원이기 전에 국민이라며 자신들의 주장에 전혀 하자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규제한 법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직업공무원’으로서 국민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라는 배려에서였다. 물론 공무원 정치중립조항이 통치수단으로서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발상에서 시작됐다는데도 생각이 미치긴 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법률과 규정에서 존재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으며, 공무원이 국민에게 어떻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판단했으면 한다.
3월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은 9%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무원의 기본정신을 잊고, 법률을 위반하고서라도 그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인정을 요구하며 정치활동에 매달려야 하겠다면 차라리 공무원의 ‘철밥통’규정도 폐기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는 기업이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전에 한 사무관이 말했다. ‘이제는 공무원을 공무원이라 하지 않고, 공돌이라 부른다’고. 노동자로 불리기 원하는, 그리고 노동자가 되려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모습이다.
方容植 기자 /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