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 밖 ‘세상을 배우는’ 카페
기자수첩/ 학교 밖 ‘세상을 배우는’ 카페
  • 김해인
  • 승인 2019.12.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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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학교에 다니는 대한민국 청소년 대부분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다. 학교-학원-집. 오죽하면 학교 끝나고 같이 놀 친구가 없어 학원에 간단 말을 하겠는가. 따라서 인간관계도, 세상도 아주 협소해진다. 청소년들은 학교 밖의 삶에 대해 꿈꾸지만, 그것을 직접 겪기는 힘들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공간이 있다. 학원 밖으로 빠져나와도 피씨방이나 카페가 아니면 갈 곳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위해 금천구가 특별히 마련한 공간 ‘꿈꾸는 나무’가 바로 그곳이다.

2013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센터는 그야말로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청소년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꿈꾸는 나무’를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엔 흥이 넘치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방부터, 신발 벗고 편히 앉아 얘기하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쉼터 공간, 수업을 위한 강의실 등 학생들을 위한 온갖 공간이 다 마련돼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1층에 위치한 ‘휴카페’다.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연계해 직업모의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휴카페는 청소년 운영단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메뉴를 개발하고 음료와 간식 등을 직접 만들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이곳에서 난 순수익은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는 휴카페는 오후 3시30분부터는 중학생들이, 6시부터 8시까지는 고등학생들이 맡는다. 한 타임 당 3명에서 5명까지 배정되며 같은 날짜에 일하는 사람들이 한 팀이다. 각 팀마다 팀장이 있는데 이 여섯이 대표단이 돼 팀을 관리하며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결원이 생기면 청소년을 새로 모집하고 면접을 본다. 그야말로 모든 일들을 청소년들이 직접 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진짜 학교 밖 세계가 어떤 곳인지 민낯으로 마주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이 된 후 사회에 더 잘 적응한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청소년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어렸을 때부터 여기서 꼭 일해보고 싶어서 중3이 되자마자 신청했다”며 “그동안 학교밖에 몰랐는데 여기서 일하고부터 세상이 더 넓어진 기분이다”고 밝혔다.

쑥쑥 자라나고 있는 나무가 무슨 꿈을 꾸는지 궁금하다면 ‘꿈꾸는 나무’를 방문해 학생들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한잔 마셔보는 게 어떨까. 그 커피의 맛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