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능력에 맞는 벼슬이라야 민폐 안 끼쳐
시청앞/ 능력에 맞는 벼슬이라야 민폐 안 끼쳐
  • 정칠석
  • 승인 2020.02.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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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子張學干祿(자장학간록) 子曰(자왈) 多聞闕疑(다문궐의) 憤言其餘(분언기여) 則寡尤(즉과우) 多見闕殆(다견궐태) 憤行其餘(분행기여) 則寡悔(즉과회) 言寡尤行寡悔(언과우행과해) 祿在其中矣(녹재기중의).

이 말은 論語(논어)에 나오는 말로써 ‘자장이 벼슬을 얻는 법을 배우려고 하였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많은 것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납득이 안 가는 것은 가만두고 그렇지 않은 것을 신중히 말하라. 그리하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적다. 많은 것을 보라. 그리고 모호한 것은 가만두고 그렇지 않은 것을 행동에 옮겨라. 그리하면 후회하는 일이 적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은 저절로 그 가운데서 생기게 마련이다’라는 의미이다.

자장학간록에 학은 거의 問(문)과 같다. 史記(사기) 仲尼弟子列傳(중니제자열전)에는 學(학)이 問(문)으로 되어있다. 干祿(간록)은 원래 詩經(시경) 대아 한록편과 가락편에 나오는 말이다. 거기서 干(간)은 求(구), 祿(녹)은 福(복)의 뜻이다. 見(견)도 聞(문)도 다같이 疑(의)와 殆(태)를 결한다. 그것을 두구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다. 수사상의 구성이다. 궐의 궐태하기 위해서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확고해져 있어야만 한다.

작금에 들어 20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인 임시국회가 30일간의 일정으로 개회됐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가 민생 중심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4·15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야당 심판론을 내세운 여당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야당이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세력이 합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고 호남 기반의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민주통합당(가칭)을 구성키로 하는 등 야권의 재편이 마무리되는 상황도 여야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기 중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검역법·감염병예방법·의료법 등 코로나 대응 3법과 4·15 총선 선거구 획정, 경제 활력을 위한 244개 민생·개혁법안 처리 등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으나 마음은 콩밭에만 가 있는 듯하다.

국민의 대표라는 선량들이 끝까지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일관하며 능력에 맞지 않는 벼슬을 하게 되면 이는 국민을 편안하게하기는커녕 결국 민폐만 끼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위정자들이 또 선거철이 되니 입에 국민 운운하며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 후안무치라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으로 당리당락에 매몰돼 민생 법안과 개혁 과제를 방치해 국회의 의무마저 저버린다면 국회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