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리로 얼룩진 복지시설, 개선책은?
기자수첩/ 비리로 얼룩진 복지시설, 개선책은?
  • 정수희
  • 승인 2020.02.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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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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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지난해 11월,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과 관련한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로 접수됐다. 장애인복지관을 용산구로부터 수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재단법인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복지관 후원금을 후원금전용 계좌가 아닌 재단 계좌로 빼돌려 유용했다는 것.

권익위에서 이첩된 해당사건을 용산구 감사담당관에서 감사한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복지관 후원금 처리 과정에서의 회계부정과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회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장애인복지관 후원행사인 ‘더함축제’를 통해 얻은 후원금 5963만7700원을 후원금전용 계좌가 아닌 비공식계좌에 입금했으며, 후원금의 상당부분인 5021만9000원을 예산에 계상하지 않고 재단 계좌로 송금했다. 이 같은 내용은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김 모씨의 내부고발로 알려졌다.

그는 며칠 전 한 시민단체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비리가 업계에 관행처럼 만연해 있다”며 “지역주민들과 후원자, 직원들을 기만하는 회계비리는 엄중한 법의 심판 대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용산구는 재단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고, 불법전출된 후원금 5000여만원을 복지관 후원금계좌로 반환할 것과 복지관장 및 회계책임자 등의 인사 조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구 소관부서인 사회복지과 직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단이 책임을 통감하고 후속조치에 대해 성실히 이행해주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후원금 반환 문제도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재단은 ‘법인전입금’과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를 들어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내비쳤을 뿐이다. 법인전입금은 법인이 사회복지시설을 수탁할 때 책임성 측면에서 시설에 지원하는 금액을 말한다.

재단 측은 “매해 복지관에 법인전입금을 1500만원씩 납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부담으로 후원금을 법인전입금으로 전용했을 뿐”이라면서 “복지관을 맡을 법인을 선정하는 기준이 실적이나 건실성, 투명성이 아닌 ‘법인전입금’에 있다”고 토로했다.

재단 측의 주장대로라면, 현 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재단은 이전에도 ‘구리시립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형성해 법인전입금을 납부하는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 또, 지금까지 법인전입금은 사회복지시설 위탁 심사 시 주요한 지표로 작용됐다.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최근 위탁 심사에서 법인전입금의 비중을 낮추자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놔, 추이를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