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도층의 한심한 성윤리 다시 도마 위에
사설/ 지도층의 한심한 성윤리 다시 도마 위에
  • 시정일보
  • 승인 2020.04.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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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부산시장이 임기 중 업무시간에 시장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시인하고 전격 사퇴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거돈 시장은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적절한 범죄행위를 피해 여성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거나 ‘경중에 관계없이’, ‘5분 정도의 짧은 과정’,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의 표현으로 사죄의 진정성보다 축소·포장하기에 급급 사퇴하는 순간까지 진정으로 반성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동안 성추행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미투운동으로 많은 사람이 처벌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직자들의 기본자질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백주대낮에 시장 집무실에서 공직자를 성추행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를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지 불과 2년여 만에 또 다시 광역 단체장이 성문제와 관련 사퇴함으로써 지도층의 한심한 성윤리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성추행 무관용 원칙에 따라 윤리심판원을 열어 결국 제명했다. 이는 당연지사이며 사퇴나 제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성범죄에 대해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개탄스럽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제1항에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비록 지난 2013년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의 친고죄 조항은 삭제됐으나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사안의 중대성과 공직사회의 특수성을 감안, 경찰이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수사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그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피해자의 회유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지역 사회에서 추가 피해가 없도록 세심하고 철저한 피해자 보호조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지도층 등 공직자의 성범죄에 대해 일벌백계해야함은 물론 성희롱 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등도 적극 검토해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