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국형 대형참사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한 것인가
사설/ 후진국형 대형참사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한 것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20.05.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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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대형참사가 또 발생했다. 더군다나 희생자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런 안전불감증에 의한 후진국형 대형참사를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은 과연 요원한 것인지 우리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소방당국은 지하 2층에서 화물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을 하다 불꽃작업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재 확산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은 공사 현장에 우레탄폼 등 가연성 물질이 있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번 사고 또한 지난 2008년 이천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작업자 57명 가운데 40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내부 단열재로 우레탄폼을 썼고 건물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는 것도 흡사하다.

이번 참사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37명이 사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6월 용산의 4층짜리 상가주택 붕괴 등 대형 안전참사들이 아직도 우리의 귀에 쟁쟁한데, 그 뼈아픈 교훈들을 벌써 우리 사회가 이미 망각의 늪 속으로 보내며 새까맣게 잊은 것 같은 안전불감증을 보는 듯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대형 참사만 발생하면 정부는 전수조사와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 때만 지나고 나면 그 뿐 또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리 사회에 전혀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닮은꼴 참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재난에 상시 대응이 가능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판박이 수준의 대처와 그 때 그 때 구호만 요란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결코 구호나 임기응변식 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 재난방지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인재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 공사현장에 대한 철저한 현장 점검과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재정비함은 물론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시공사들의 원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에 의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나 구호만이 아닌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