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회 안전망 절실
사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회 안전망 절실
  • 시정일보
  • 승인 2020.06.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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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충남 천안에서 9살 남아가 계모로부터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질식사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창녕에서 9살 여아가 ‘고문급 가정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하는 사건이 터졌다. 충격을 넘어 과연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제도적 안전장치에 부산을 떨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셈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근원적 진단과 재발방지 처방이 나와야 한다.

아이는 온 동네가 나서 키운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것이라는 경구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의 아동폭력은 반문명적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그 같은 음습한 일들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신체적·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이는 따돌림이나 학대에 노출되면 상처를 입고, 문제가 있는 어린이로 성장한다. 이 경우 사회비용이 더 크게 들어간다는 연구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크게 놀라 엄중한 상황 인식을 보였다. 어지간하면 관련부처에 대책을 맡겨둘 텐데 직접 나섰다. 그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그토록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위기인 줄 몰랐다”라며 “학대 어린이 보호시스템을 빈틈없이 갖추라”고 지시했다. 청와대가 목소리를 내면서 실효적인 후속대책이 기대된다. 물론 앞선 정부에서 아동학대 방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했고, 2014년엔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을 통해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허점이 드러나면서 이전 입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단이 뒤따라야 한다.

아동학대는 가해자의 경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정부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학대 가능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아동학대 사망 가해자의 70% 이상이 학생을 포함한 무직이거나 아르바이트 등 비숙련직이었다. 창녕 피해 소녀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다.

예산이 따르지 않으면 일회성 목소리에 그친다. 이번만큼은 현장 실무자들이 체감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 아동보호체계는 인프라 부족으로 서비스가 불균형한 것이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설치하게 돼 있지만 68개가 고작이다. 229개 지자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종사자 업무량이 과다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에 올해 예산이 226억원이다. 지난해는 225억원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건이 발생할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인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예산 투자가 이뤄지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연구대책이 지속돼야 한다.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 주시오”라고 말했다. 어린이를 올려다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격체로 인정할 때 아동학대는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