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집단 식중독, 학부모들의 불안 해소하라
사설/ 유치원 집단 식중독, 학부모들의 불안 해소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20.07.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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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후진국 형태의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원인 분석 또한 오리무중이다. 이른바 용혈성요독 중후군인 대장균 병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안산시는 “해당 유치원 조리사로부터 남은 음식이 없어 아욱된장국 등 일부 보존식을 보관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의 대장균 검체조사는 불가능으로 보인다. A유치원이 144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보관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일부 식재료를 폐기했기 때문이다. 식중독 원인 규명의 핵심인 식재료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찰이 뚜렷한 집단 발병원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상 유치원은 집단급식소로 분류된다. 유치원을 학교급식 관리대상으로 적시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되는 것은 내년 1월30일부터다.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식중독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적지 않다.

5살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서울 성북구 C씨(41)는 “당연히 학교급식과 마찬가지로 교육청이나 보건당국에서 관리하는 줄 알았다”며 “학부모라면 누구든 대장균 병 사건에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C 학부형은 “적어도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문제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해줬으면 한다”며 “적발된 곳은 다시는 유치원을 하지 못하게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A유치원에서는 지난 12일 첫 식중독균 증상 원아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전수검사 대상 295명(원생·가족·교직원) 중 114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되고 있다.

유증상자 가운데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모두 58명이다. 입원환자는 21명이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햄버거병) 환자는 주말 사이 1명 늘어 16명이 됐다. 추가된 환자는 한 원생의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에 출석해 “복지부, 식약처와 협조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간식은 법적으로 보존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해서야 사후약방문과 같이 제도적인 문제점을 들추고 나온다는 점이다.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한 답변도 매우 관습적이다. 지금에 와서 전수조사라는 말은 무책임의 전형이다. 일부에서는 유치원 3법이 국회를 늦게 통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식중독과 같은 문제는 법 이전에 상식에 준하는 사항이다.

제도적인 장치 또한 늘 문제로 지적이 된다.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협치 정신으로 만들어야 할 법을 만들지 않았다가 뒤늦게 서로의 탓으로 돌린 결과물이다.

유치원의 식탁문제 만큼은 보다 준엄한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유치원의 식탁은 부모가 아이를 마음 놓고 맞길 수 있는 따뜻한 곳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