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듀, 박원순
기자수첩/ 아듀, 박원순
  • 문명혜
  • 승인 2020.07.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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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올해로 서울시 출입 26년차인 기자는 일세를 풍미했던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등 기라성 같은 서울시장들의 임기를 모두 지켜봐 왔고 그들의 이임식을 지켜볼 때마다 마음 한켠에서 저절로 서운함이 들곤 했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역대 시장들이 단임에 그쳤지만 박 시장은 3선 연임시장이었으니 쌓인 세월만큼 서운함이 더한 것이 당연하다.

기자는 최근에 박 시장의 급작스런 퇴장과 관련해 서울시 출입을 거쳐간 선후배 기자들로부터 여러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추문’은 곁가지이고 ‘허망’, ‘혼돈’ 토로가 대화 줄거리다.

웬만한 셀럽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무거운 자리를 단 하루만에,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목숨과 함께 던진 박 시장의 돌이킬 수 없는 결심을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은 재임기간 중 길이길이 회자될 유명한 컷을 남겼다.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다.

강남북 지역격차 해소 영감을 얻겠다는 취지로 유권자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인데, 하필 역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을 골라 옥탑방 평상에 앉아 무더위를 쫓으려 부채질 하던 스틸 컷은 박 시장 지지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장면으로 남게 됐다.

기자 개인의 경험도 있다. 수년전 점심을 먹고 시청사 후문으로 들어가려는데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문을 여는데 어려움을 겪어 뒷 사람들의 줄이 점점 길어지려던 순간 누군가 달려와 문을 대신 열어 주었는데 자세히 보니 박원순 시장이었다.

청경이나 비서에게 시킬 수 도 있었지만 차문을 열고 뛰어와 직접 문을 연 것으로, 기자에게는 박원순 시장의 본성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10년 혁명’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입지를 다지려했던 정치인 박원순의 야망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 시장이 펼쳤던 수많은 사업중 기자가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서민 주택난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건설 쪽이다. 첫 임기때 8만호 건설 약속을 무난히 지켜낸 박 시장은 8년동안 32만호를 더 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책읽기에 몰두하다 논두렁에 빠졌던 문학소년에서 현대사 최고의 시민운동가 이력으로 서울시 수장에 올라 최장수 시장의 영광을 누렸던 박원순 시장의 인생 서사는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재산축적에 관심이 없었던지 많은 빚을 남긴채 가족과 시민들 곁을 떠난 박원순 시장에게 기자도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듀,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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