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대중의 지지를 잃으면 나라를 잃게 돼
시청앞/ 대중의 지지를 잃으면 나라를 잃게 돼
  • 정칠석
  • 승인 2020.08.27 12:20
  • 댓글 0

[시정일보] 詩云(시운), 殷之未喪師(은지미상사)는 克配上帝(극배상제)러니 儀監于殷(의감우은)하면 峻命不易(준명불역)하리라 하였으니 道得衆則得國(도득중즉득국)하고 失衆則失國(실중즉실국)이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써 ‘詩經(시경)의 시에서 읊기를 옛날 은나라가 대중의 지지를 잃지 않고 창성했던 것은 상제의 뜻에 맞게 정치를 잘 시행했기 때문이니 그런 은나라의 경우를 귀감으로 삼는다면 주나라가 이어받은 천명은 변함없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했으니 이는 대중의 지지를 얻으면 나라를 얻게 되고 대중의 지지를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詩經(시경) 大雅(대아) 文王(문왕)편의 시다. 주나라가 천명을 받아 천하를 차지했으니 천명을 영원히 보존하려면 마땅히 이전 은나라의 경우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즉 이제는 망했지만 은나라라도 천하의 종주로 천명을 받은 때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대중의 지지여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왕에 이르러 대중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에 은나라는 결국 망한 것이다. 천명은 바로 민의에 있다. 옛날엔 왕조의 교체를 천명의 교체로 보았으며 천명은 바로 민의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는 지금도 전혀 다르지 않다. 옛날에는 왕조의 교체라면 지금은 정권의 교체라는 것이 다를 뿐 민의의 상실은 곧 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것을 안다면 통치자는 겸허하게 민의 즉 대중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언급,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달리 주무부처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의 검토 및 추진상황 질의에 대해 “현재까지는 정부차원에서 관련 준비 및 검토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정부와 구체적 상의도 없이 즉흥적 제안을 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행정수도 이전은 단순히 행정부처 몇 개 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로 당리당략 차원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며 심도 있게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 후에 추진해야 한다. 국가적 중대사에 대한 즉흥적 접근은 주권자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의원들의 정당정치의 기본에서도 한참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詩經(시경)에 나오는 ‘대중의 지지를 얻으면 나라를 얻게 되고 대중의 지지를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는 시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