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매사 중용을 실천해야 혼란이 없어
시청앞/ 매사 중용을 실천해야 혼란이 없어
  • 정칠석
  • 승인 2020.09.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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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子曰(자왈) 道其不行矣夫(도기불행의부)인저. 我知之矣(아지지의)로다. 知者過之(지자과지)하며 愚者不及也(우자불급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써 ‘공자가 말하기를 도가 진정 행해지지 않는구나.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며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이다.

道(도)는 性(성)을 따르는 것이다. 또한 中庸(중용)의 道(도)이다. 중용은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다. 중용의 용에 이미 平常(평상)의 뜻이 있듯이 중용은 무슨 고매하고 원대한 곳에 있는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매일 먹고 마시면서 그 맛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이 중용의 도를 깨우치고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어 도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공자는 앞에서 중용의 도를 제대로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게 된 지가 오래임을 탄식했고 여기서도 중용의 도가 행해지지 않음을 탄식했다. 또한 論語(논어)에도 도가 행해지지 않음을 탄식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잘난 자는 너무 지나치고 못난 자는 너무 모자라서 중용을 실천하지 못해 혼란으로 치닫는 세상을 탄식했다. 즉 우리가 늘 마주치고 처리하는 일상의 만사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혜로운 자는 너무 지혜를 믿고 추구하는 까닭에 그저 고매하고 원대한 곳에서 중용을 찾으려고 한다. 평범한 일상은 너무 쉽고 단조로운 것이라고 생각해 마냥 이론적으로만 중용을 따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사고와 이론에 치우친 나머지 현상과 실천을 등한시 여기는 지식인의 폐단을 많이 본다. 중용의 도가 행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작금에 들어 코로나19로 이 엄중한 시기에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3일 정부와 민주당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계속해 이어지며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

하필이면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된 이 엄중한 시기에 정부와 민주당이 이런 정책을 발표해 의료계와 극한 대치를 벌이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정책을 코로나 재유행이 임박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일방적으로 내놓고 추진하려고 한 것부터 잘못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파업과 휴진 역시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물며 작금은 의료계가 코로나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어군 역할도 해줘야 할 때이다.

정부는 정책 그 자체의 성패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의료계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만 치부하고 국회 다수의석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은 결국 정부가 풀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