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
특별기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
  • 노웅래 국회의원
  • 승인 2020.10.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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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마포구갑)
노웅래 국회의원
노웅래 국회의원

[시정일보] IMF 외환위기 중에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는 적극적인 벤처기업육성 정책을 펼쳤으며, 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해 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당시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IT 및 디지털콘텐츠 기업들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과 지원정책은 역대 정부에서도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벤처열풍이 불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우리 사회의 혁신노력은 많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벤처나 혁신은 정책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은 필수적이다. 박근혜정부는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기도 했다.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ies)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창조경제’는 시대정신에 적합한 패러다임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각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한 것 외에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혁신성장과 창조경제는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정책이라고 본다. 공통적으로 기존의 대기업 주도의 성장중심 추격형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형 성장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창업을 촉진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 혁신의 생태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혁신성장은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벤처기업은 혁신에 가장 가깝게 있지만, 한국의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의 의미가 강하며, 벤처의 기본인 위험감수성으로 보면 벤처라 하기 어려운 곳들도 많다.

혁신성장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새로운 벤처들이 혁신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각자의 영역에 맞는 혁신방식을 실행하면 된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은 이를 적용해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중소기업은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혁신을 벤처기업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기업의 참여나 투자가 없으면 우리경제의 혁신이 확산되고, 부가가치 창출이나 고용창출 등의 효과를 높이기 어려워진다.

혁신성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20년 전의 벤처열풍이 불었던 때처럼 혁신을 통해 성공한 기업가들이 바람직한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최근의 한국 부자들이나 기업체 총수들 중에는 사업을 열심히 해서 성공한 기업가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순위 역시 큰 변화가 없는데, 혁신을 통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듯해서 아쉬움이 크다.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저출산 대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책자금을 통한 기업 지원은 마치 보조금을 줄테니 출산을 하라는 것과 같다. 저출산의 원인이 노동이나 교육문제 등 사회 전반에 결쳐 있는 것처럼, 개인과 기업들이 혁신보다 안정을 선택하는 이유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 이를 무시하고 기업들에 ‘나눠먹기’식 자금지원을 하는 것은 기업을 위한 현금성 복지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임당시 “중소기업지원기관이 먹고 살려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지,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해서 중소기업지원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현재까지도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은 예산을 늘려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의욕을 갖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혁신(革新)은 글자 그대로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의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혁신성장 정책은 실패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유명한 농구만화인 <슬램덩크>에는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농구감독들은 하나 같이 리바운드를 강조한다. 이를 잘 생각해보면 슛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다음 단계를 대비하는 것이다. 혁신성장도 이처럼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