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사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11.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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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택배노동자가 올해만 14명이나 사망했지만 달라지리라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집값 인상과 부자 상속세에 관해 주요 일간지의 사설은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그와 대조를 보인다.

택배기사들의 잦은 부당노동과 과로사는 기본적 권리가 무시되거나 생존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원인이 크다. 외국의 택배는 한국의 택배와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선진국의 택배는 노동자의 ‘인권’과 ‘배달’에 중심을 둔다. 한국의 택배는 ‘시간’(신속)에 중심을 둔다. 시간은 경쟁을 만들고 택배노동자에게는 혹사가 된다.

지난달 20일 숨진 택배업자 강모 씨(39)의 근무시간은 충격적이다. 살의가 있는 스케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망 직전 작업일지에 따르면 강씨는 15일 오후 4시경에 출근해 17일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강씨는 잠시 퇴근한 뒤 18일 오후 2시경 일터로 돌아와 19일 오후 12시에 퇴근했다가 19일 오후 5시경 다시 출근했다. 하지만 20일 오후 11시50분경 CJ코리아익스프레스 곤지암허브터미널 주차장 간이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1일 오전 1시 숨졌다. 강씨는 19일 오후 5시 출근해 31시간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진택배와 다른 택배회사들은 숨진 근로자들의 충격적인 소식에 사과문을 냈으나 경영진 명의가 아니라 모두 임직원이었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이 없는 사과문이라는 것에 택배노동자와 가족은 분개하고 있다.

문제는 택배노동자가 사실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택배업자 1만8090명 중 7113명(39.32%)이 산재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제 택배업자는 5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 시회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와 소비자의 편익 사이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당일 배송’ 문제고 다름 하나는 ‘배달 단가’ 문제다. 당일배송이 업계의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시급을 다투는 물품이 아니라면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하루 이틀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택배노동의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배달에 중점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 택배노동자의 숫자도 과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택배노동자의 사망에도 4만9000명에서 5만명으로 1000명밖에 늘리지 않았다.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겨진 물량부담이 곧 과로로 이어진다. 특수노동자에게 불리한 산재보험료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기국회에서 택배노동자의 문제는 최우선으로 공감이 가도록 손질해야 한다.